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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무능·불법 은폐 위해 통신사찰”…與 “尹 검찰 280만 건, 윤로남불”

입력 | 2021-12-30 20:50:00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수처의 야당 대선 후보 및 국회의원 등의 통신기록 조회 논란에 대한 현안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12.30/뉴스1

“통신자료 조회가 과잉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공수처장이) 수사를 받아보면 느낄 것이다.”(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공수처장이 구속 수사 받아야 하는 거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거의 무기징역감이다.”(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광범위한 통신자료 조회 논란을 둘러싸고 여야가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국회 본관 법사위회의장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김진욱 공수처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검찰에서 조회한 통신자료가 282만 건에 이른다고 주장하며 ‘윤로남불(윤석열식 내로남불)’ 프레임을 앞세워 역공에 나섰다.

● 野 “공수처 대선개입” ‘불법사찰’ 총공세

국민의힘 의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통신 조회\' 의혹과 관련해 공수처 해체 및 김진욱 공수처장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2021.12.30/뉴스1

권 의원은 이날 법사위 긴급현안 질의에 출석한 김 처장을 향해 “민주당에서 일개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공수처장에 앉혀놓으니 고마워서 이 기회에 대선에 개입해 공을 세워보겠다는 의도 아니냐”며 거칠게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김 처장은 “지나친 말씀”이라고 발끈하며 “지난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를 보면 검찰은 59만7000건, 경찰은 187만7000건이었는데, 공수처는 135건이다. 통신사찰을 했다는 건 과한 말씀”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김 처장은 “전화번호만으로는 누군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조회를 한 것 뿐”이라며 “조회 대상에는 공수처 검사, 수사관과 여당 의원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이들을 광범위하게 조회한 사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유상범 의원은 언론사 기자들과 가족들까지 조회한 데 대해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에 대한 고려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법조인으로 26년 동안 일했는데, (수사기관의) 통신조회가 문제가 돼 기관장이 (국회에) 나와 답변한 전례가 없는 것 같다”며 “억울해서 수사 내용을 밝히고 싶지만 공무상 비밀누설이 될 수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다만 질타가 이어지자 “위법 문제는 없지만, 앞으로 수사를 할 때는 범위를 최소한으로 줄여서 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윤 후보도 이날 대구에서 “무능과 불법을 은폐하기 위해 통신 사찰을 했다”고 연일 ‘불법사찰’ 프레임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의총에서 “이렇게 무시무시한 짓을 빤히 보고서도 대통령이란 사람이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며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며 면담을 공식 요청했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는 독립기구로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황규환 선대위 대변인은 “참으로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는 과거 문 대통령의 발언을 빌려와 비판하며 “무차별적인 통신사찰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헌법과 민주주의를 수호할 의지가 있기는 하느냐”고 지적했다.

● 與 “尹 검찰 280만 건, 윤로남불”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열린 국민의힘 긴급 의원총회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의원(왼쪽)이 공수처장의 의원총회 발언은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지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총장에서 나가라며 소리치고 있다. 2021.12.30/뉴스1

민주당은 이날 법사위에서 윤 후보의 검찰총장 재직 시절을 언급하며 적극적으로 역공에 나섰다. 김종민 의원은 “윤 후보의 검찰총장 시절에는 (검찰이) 280만 건을 통신 조회했다”고 지적했고, 검찰 출신인 민주당 송기헌 의원도 “더군다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윤 후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안 맞는 이야기이고 내로남불 아니면 정치공세”라고 말했다.

검찰 고검장 출신인 소병철 의원은 2017년 윤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국정감사에 출석해 “통신자료 확인은 가입자 조회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내용을 영상으로 틀기도 했다. 박성준 의원도 “통신자료 조회는 피의자가 전화한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는 것 아니냐”며 “법적 절차를 준수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 사찰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도 전면에 나서 ‘사찰논란’ 반박에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 “윤석열 검찰도 수십만 건을 (조회)했지만 누구도 사찰이라 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지나친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친 사람들”이라는 거친 표현을 쓴 윤 후보를 겨냥해 이 후보는 “분노의 언어보다는 희망의 언어를 써 달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 후보 정무실장인 윤건영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135건을 조회한 공수처 폐지를 운운하면,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280만 건을 조회한 검찰은 공중분해를 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다만 민주당은 통신자료 조회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진 점에 대해선 우려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책조정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합법적으로 이뤄지는 거지만 과도한 조회가 아니냐는 걱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정보 침해와 수사기관 필요한 정보가 충돌되는 게 있다면 제도 개선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