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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의료진의 사투와 성숙한 국민의식으로 버텨낸 코로나 2년

입력 | 2021-12-31 00:00:00

29일 오전 서울 광진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된 혜민병원에서 의료진이 창문 너머 화이트보드로 소통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코로나 3차 유행의 여진으로 시작된 올 한 해가 4차 유행 속에 저물어간다. 2월 말 백신 접종이 시작될 때만 해도 연말이면 집단면역을 달성하고 일상을 회복할 것이라며 들떠 있었다. 하지만 빠르고 강한 델타 변이의 확산에 백신의 약효는 오래가지 못했고 확진자 급증으로 병상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지난달 어렵게 시작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47일 만에 중단하는 위기에 봉착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재개한 지 13일째인 30일 0시 기준 일일 환자가 5037명으로 거리두기 시행 이전보다 2000명가량 줄어들었다. 그러나 위중증 환자가 1145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이 나왔고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가 동시에 확산하고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의료 붕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은 데는 코로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의 공이 크다. 민간 병원들은 경영난을 감수한 채 병상을 내놓았고 의료진은 2년째 초과 근무로 번아웃 상태임에도 일반 병동의 의사와 간호사까지 쥐어짜기와 돌려 막기를 해가며 밀려드는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119 구급대원들은 환자 한 명을 살리기 위해 수십 통씩 전화를 돌려 병상을 확보하고, 보건소 직원들은 휴가도 반납한 채 재택치료 환자들을 책임지고 있다.

성숙한 국민의식도 든든한 방역 자산이다. 백신 조기 도입 실패로 시작은 늦었지만 국민들의 참여 덕분에 현재 백신 접종률(1차 86%, 2차 82.7%)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고령층의 추가 접종(부스터샷)과 청소년 접종도 속도를 내면서 확산세를 잡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네 차례 대유행의 고비마다 막대한 영업 손실을 각오하고 거리두기에 동참한 자영업자들의 희생도 빼놓을 수 없다.

오미크론 변이의 전 세계 확산으로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가 62만5967명, 사망자는 5455명이다. 섣불리 작은 성공에 우쭐하기보다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는 없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헌신적인 의료진에 합당한 처우를 하고, 모두를 위해 손해를 감수한 자영업자들의 보상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는 만큼 방역도 진화해야 한다. 코로나와 함께한 2년이 그러했듯 절망의 위기 속에서 잠재된 힘을 발견하고 희망을 열어가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