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4년간 옥중에서 지지자들과 나눈 편지를 묶어 펴낸 신간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가 진열돼 있다. 2021.12.30/뉴스1 © News1
여야는 사면으로 인한 지지층 분열을 우려하는 동시에 여권은 외연확대, 야권은 지지층 결집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당장 정치활동에 나서긴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던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따라 정치적 파급력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대선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여권은 사면이 청와대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는 청와대의 결정임을 연일 밝히고 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송영길 당 대표는 사면 결정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이는 사면에 대한 지지층, ‘촛불민심’의 반발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때 ‘대세론’을 형성했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전직 대통령 사면을 주장한 이후 지지율 하락을 겪은 바 있다. 사면이 청와대의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재명 후보의 부담 줄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외연확대 기대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핵심 지지지역은 TK(대구·경북)다. 이곳은 민주당의 절대 열세지역이자, 이재명 후보의 고향(경북 안동)으로, 사면 결정으로 열세지역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권의 셈법은 더 복잡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박 전 대통령의 악연으로 지지층 분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윤 후보는 국정농단 사태 당시 특검팀 수사팀장으로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 정지를 불허할 당시 검찰총장도 윤 후보다.
윤 후보 입장에서 정치적 책임론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인데, 적폐 수사를 지휘했던 과거가 부각될 경우 강성 보수층의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 후보는 사면 결정 이후 연일 박 전 대통령 끌어안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면이 발표된 당일 ‘우리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친근하게 불렀고, 29일부터 31일까지 TK지역을 순회하며 박 전 대통령으로 흔들릴 수 있는 지역 표심잡기에 나섰다. 30일 대구에서 “박 전 대통령 건강이 회복되면 한번 찾아뵙고 싶다”며 만남도 희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하루 앞둔 30일 오후 한 지지자가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앞에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축하하는 화환을 정리하고 있다. 2021.12.30/뉴스1 © News1
반면, 박 전 대통령이 ‘정권교체’에 힘을 실을 경우, 보수층 결집을 통해 윤 후보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할 경우, 외연확장 전략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사면으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건강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는 데 강점을 가진 만큼, 향후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에 따라 정치적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30일부터 일반 판매가 시작된 옥중서간록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사심을 가지고, 누구를 위해 이권을 챙겨주는 그런 추한 일은 한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이는 탄핵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고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사면 직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사면 결정 직후 입장발표를 한 만큼 오늘 입장발표는 없다”며 “석방 시점 전후로 대통령님(박 전 대통령) 입장발표, 메시지 전달은 따로 없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4일 사면 발표 이후 유 변호사를 통해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사면을 결정해 주신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라며 “치료에 전념해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