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 2022] 한화 김민우
프로야구 한화 소속 ‘국내 투수’로는 6년 만에 처음으로 10승 투수 반열에 오른 김민우의 역투 장면. 김민우는 프로 데뷔 7년 차인 올해 14승(10패)을 거두면서 신인 시절부터 따라다니던 ‘우완 류현진’이란 별명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뉴스1
매일 집을 나서기 전 태어난 지 100일이 채 안 된 딸을 꼭 안으며 스스로 동기 부여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2021시즌 개막 전 새신랑이 돼 ‘결혼 버프’(버프는 게임에서 캐릭터 능력치를 증가시키는 효과를 의미)를 받았다고 평가받던 그가 내년엔 ‘분유 버프’를 받을 게 확실해 보인다. 2021시즌 프로야구 최하위(10위) 한화에서 14승 10패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하며 국내 선수로는 6년 만에 팀 내 10승 투수로 이름을 올린 김민우(26) 얘기다.
2021년은 김민우가 생애 처음 겪은 일이 많은 해다. 155와 3분의 1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키면서 프로 데뷔 후 목표로 삼은 규정이닝(144이닝) 투구를 처음 달성했다. 데뷔 후 처음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것은 물론이고 전반기에만 9승을 거두면서 태극마크를 처음 달고 올림픽 무대에 섰다. 시즌 막판에는 첫아이도 품에 안았다.
올 한 해 ‘인생시즌’을 보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김민우는 ‘결핍’을 꼽았다. 2015년 2차 신인 드래프트 때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그는 팀 선배 류현진(34·토론토)과 키(189cm·류현진은 190cm), 두툼한 상체 등이 닮아 ‘우완 류현진’으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어깨부상 등으로 수년 동안 잠재력을 못 터뜨렸다. 그러다 지난해(2020년) 132와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면서 잠재력을 현실로 만들기 시작했다. 성적은 5승 10패에 그쳤지만 데뷔 후 처음으로 평균자책점(4.34)을 4점대로 끌어내렸다.
김민우는 2021년 전반기에만 9승을 거두며 생애 첫 성인 국가대표팀에 뽑혀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다. 동아일보DB
‘S급’ 선수들이 쏟아진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한화는 소득 없이 철수했다. 내년에도 약체로 평가받고 있다.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선수들 각자가 더 잘해야 팀도 올라간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휴식기지만 동료들과 많은 연락을 주고받으며 팀워크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름 전부터 웨이트트레이닝, 캐치볼 등을 하며 새 시즌 준비도 시작했다. 새해가 밝으면 한화 스프링캠프가 차려질 경남 거제에서 담금질에 들어갈 계획이다. 올해보다 1승을 더하면 자타 공인 ‘에이스’(15승 투수)도 눈앞이다. 올해 마지막 등판(10월 26일 LG전)에서 7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못 이룬 1승은 새 시즌을 이 악물고 준비하게 하는 새로운 결핍이다.
“잘해야지요. (아이가 생겼으니) 연봉도 많이 받아야 돼요.” 앞으로 야구를 잘해야 하는 현실적 이유를 덧붙이며 김민우는 씩 웃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