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긴 하루’ 고생했어… 그래도 해피 뉴이어” 쓸쓸한 연말 달래줄 영화 세편… 인간애 가득 코미디 ‘해피 뉴이어’ 담담히 슬픔 그린 ‘노웨어 스페셜’… 차분히 여행하는 듯한 ‘긴 하루’
올해도 역시나 쓸쓸한 연말이다. 곳곳에서 마지막 축제처럼 고조되던 연말 분위기는 팬데믹에 휩쓸려 사라졌다. 화려하고 자유롭던 연말이 그리우면서도 곧 밀어닥칠 신년 생각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시기. 설레는 연말 분위기를 담아냈거나 복잡한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줄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 코로나 비껴간 동화
‘해피 뉴이어’에서 소진(한지민·위쪽 사진 오른쪽)과 승효(김영광)가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 길을 걷는 장면. 아래쪽 사진은 ‘긴 하루’에서 현수(김동완·왼쪽)가 자신이 이사 간 집에 과거 거주한 윤주(남보라)와 시골길을 걷는 모습이다. CJ ENM·하준사 제공
영화엔 결말이 뻔한 클리셰가 많다. 뮤지컬 배우 지망생인 하우스키퍼 이영(원진아)이 스위트룸에서 호텔 대표(이동욱)가 있는 줄 모르고 노래를 부르며 춤추다 그와 마주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 클리셰, 오히려 반갑다. 긴장을 내려놓고 영화를 보며 편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라는 듯 감독은 클리셰를 전략적으로 배치했다.
다함께 어우러져 즐기는 호텔 결혼식 피로연 현장, 새해 카운트다운과 함께 불꽃으로 수놓인 밤하늘 등 영화 속 세계는 팬데믹이 비껴간 세상처럼 아름답다. 현실과 동화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영화를 보고 나면 연말 파티에 다녀온 듯 적당히 기분이 좋아진다. 인간애 가득한 캐릭터들은 각박한 세상을 살아내는 사람들을 열심히 위로한다.
○ 차분한 새해 위한 절제미
영화 ‘노웨어 스페셜’에서 죽음을 앞둔 아빠와 네 살 아들이 마주 앉아 있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30일 개봉한 ‘긴 하루’는 단편 4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이다. 첫 영화 ‘큰 감나무가 있는 집’은 시골마을 한적한 집으로 이사한 소설가 현수(김동완)가 과거 이 집에 살았다며 찾아온 윤주(남보라)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4편은 명확한 결론 없이 끝난다. 모두 누군가의 긴 하루를 건조하게 담아낸다. 그 배경은 강릉과 동해. 파도가 밀려드는 조용한 해변과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일상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결론이 명확했더라면 비현실적이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국내 여행조차 꺼리게 되는 시기. 올해를 되돌아보기 위해 강릉으로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을 선물하는 영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