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가 주말극 ‘설강화’ 역사왜곡 논란 관련 강경대응을 예고하자,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JTBC 드라마 설강화의 시청자 비판 의견에 대한 고소 공지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오전 9시 기준 청원 동의수 2200명을 넘어섰다. 사전동의 100명 이상이 돼 관리자가 검토 중인 상태다.
작성자는 “설강화 방영중지 청원 동의가 36만명이 넘은 오늘 JTBC에서 여러 커뮤니티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공지를 돌렸다”며 “JTBC는 시청자의 비판할 권리를 고소로 입 막음 하려고 한다. 36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드라마 설강화가 민주화 운동을 폄훼, 안기부 미화에 동의한다고 했지만 이를 허위사실과 짜깁기 내용이라 치부한다”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설강화는 역사적인 현실이 있었던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왔다. 그 시대를 떠올릴 법한 인물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허구의 창작물이니 드라마로 봐 달라’는 이야기는 창작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말로만 들린다”며 “JTBC는 고소라는 것을 무기로 시청자들을 자기검열 하게끔 만든다. 시청자들이 제기한 의문에 대해 대답하지 않고 계속해서 ‘설강화는 역사왜곡 드라마가 아니다’라는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한다”고 비판했다.
전날 JTBC 법무팀은 클리앙, 더쿠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문을 보냈다. JTBC는 “설강화에 관한 허위사실 유포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창작자와 방송사, 콘텐츠 권리 보호를 위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첩이 민주화 운동을 주도·참여한다’ ‘간첩이 학생운동가로 변장해 운동권에 잠입한다’는 주장은 1~16회 통틀어 해당 내용이 없다”며 “운동권 대학생과 간첩 사랑 이야기라고 하는데, 여자 주인공(영로)은 운동권 학생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간첩과 민주화 운동(5.18, 6월 항쟁 등)을 연관 지어 역사를 왜곡했다는 주장 관련해서는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제작하지 않았다. 민주화 운동을 다룬 역사물이 아니”라며 “간첩 등장은 대선공작을 위해 남측 정부가 북한을 끌어들였다는 설정에서 나왔다. 민주화운동을 간첩 활동 배경으로 삼지 않았다”고 짚었다.
안기부장의 “우리 회사 직원은 직원 목숨보다 국민 목숨 보호해야 한다” 발언은 안기부 미화라는 주장에 “인질극 상황에서 과거 연인인 동료를 구하려는 안기부 직원의 돌발 행동(사격)에 이어진 대사”라며 “안기부장이 딸 영로에 대한 걱정을 숨기기 위해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마작 장면은 “중국 자본과 무관하다”며 “마작은 조선시대 일본을 통해 국내에 유입 전파됐다. 1980년대 법조·정계 등 마작을 즐기던 계층이 존재했다”고 강조했다.
다른 네티즌은 “설강화는 표현 자유를 운운하며 작품을 강행하더니, 정작 시청자들의 표현의 자유는 억압하고 있다”며 “역사 왜곡으로 느껴져서 역사 왜곡 같다고 한 게 무슨 죄가 되느냐”고 비판했다.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임수호’(정해인)와 위기 속에서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은영로’(지수)의 로맨스다. ‘SKY 캐슬’(2018~2019) 유현미 작가·조현탁 PD가 뭉쳤다. 3월 원제인 ‘이대기숙사’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글 일부가 온라인상에 유출, 민주화운동 폄훼·안기부 직원 캐릭터 미화 의혹을 받았다. 지난 18일 첫 방송 후에도 역사왜곡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청년 시민단체 세계시민선언은 설강화 상영을 금지해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박병태)는 29일 기각했다. “국민들이 내용을 맹목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