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열린 제77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 참석차 한 곳에 모인 전국 시·도 교육감들. (서울시교육청 제공) /뉴스1 © News1
지방소비세율 인상으로 국세가 줄면서 내년에 교육재정이 4000억원 감소하는 가운데 일선 시·도 교육감들이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의 2단계 재정분권 추진으로 현행 21.0%인 지방소비세율이 내년에 23.7%로 인상되면서 교육재정이 4359억원 줄어들게 됐다.
국세인 부가가치세 일부가 지방소비세로 이양돼 국세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내국세의 20.79%로 연동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감소한 영향이다.
내년도 교부금은 총 65조596억원으로 감소분이 크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인건비 등 경직성 비용을 고려하면 시·도 교육청의 사업 수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교육부에 따르면 2020회계연도 결산 결과 지방교육재정 총 세출예산에서 교직원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 등 고정경비가 약 7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고정경비가 매년 지속해서 인상되고 있어 교육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한 적극적 투자는 어려운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과거에도 재정분권 정책 추진으로 교육재정이 줄어든 적이 있었다. 지방소비세가 신설된 2010년과 1단계 재정분권이 추진된 2018년, 2020년 모두 교부금이 감소했다.
교부율이 인상되지 않으면 2023년에는 교육재정이 6793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교육계에서는 법안 통과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17명 중 14명 진보 교육감…“보수 정권이었으면 진작에 항의”
교육계에서는 교육재정이 축소된 상황인데도 시·도 교육청과 교육감이 적극 대응하지 않는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이 17개 시·도 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지방세율 인상에 따른 교부금 감소에 입장을 직접적으로 표명한 교육청과 교육감은 울산·경기·전북·제주 등 4곳에 불과했다.
이 교육감은 신년사에서 “우선 교부금법에 내국세의 20.79% 교부율을 최소한도 20.94%로 올려야 한다”며 “이것이 교육예산을 법으로 정한 입법 정신”이라고 비판했다.
교육재정이 확대돼야 한다는 일반론적인 입장을 내놓거나 교육감이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유선으로 의견을 전달한 곳도 있지만 5곳뿐이었다. 나머지 8곳에서는 “입장 표명이 없었다”는 답변을 내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교육재정이 축소된 상황인데 교육청과 교육감이 입장 표명조차 없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눈 감는 교육청은 폐지하고 말 없는 교육감은 자리를 없애는 편이 낫다”고 지적했다.
교육감들이 정치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보수 정권이었으면 진작에 강하게 항의했을 것”이라는 의미에서다. 현재 17개 시·도 교육감 중 14명이 소위 ‘진보 교육감’으로 분류된다.
송 위원은 “정치적으로 같은 편으로 여기는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니 교육적으로 큰 문제여도 조용히 있는 것”이라며 “교육감들이 얼마나 정치적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교부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1972년 박정희 정권과 1982년 전두환 정권에 이어 문재인 정부가 세 번째로 교부금을 인위적으로 축소한 정권으로 남을 전망이다.
1972년에는 8·3 긴급금융조치로 교부율 효력이 정지됐으며 1982년에는 특별교부금을 임의로 정하도록 교부금법이 개정되면서 교육재정이 줄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