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희생양이 됐다”…도피설 전면 부인 외신 “해외 도피 계획 정황…나라 버린 책임 있어”
아슈라프 가니(72) 아프간 전 대통령. ⓒGettyImagesBank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점령한 8월 15일 당시 수천만 원을 챙겨 해외로 도피해 ‘야반도주’ 의혹을 낳은 아슈라프 가니(72) 아프간 전 대통령이 4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인터뷰는 카불 함락 이후 그가 매체와 가진 첫 대담이다.
30일(현지 시간) BBC 라디오4의 ‘투데이’에 출연한 가니 전 대통령은 “카불 함락 직전까지 아프간을 떠날 계획이 없었다”며 “돈을 해외로 가져가지 않았다는 점을 단호히 말하고 싶다”고 ‘야반도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아내와 측근들이 카불을 떠나도록 조치한 뒤 국방부로 가려 했지만, 함둘라 모히브 당시 아프간 국가안보보좌관이 ‘저항할 경우 모두 죽을 것’이라며 탈출을 재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일이 갑작스럽게 일어났다”며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서야 아프간을 떠나는 게 분명해졌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어 가니 전 대통령은 카불의 함락에 대한 책임을 미국에게 물었다. 그는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며 “나는 전임자(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처럼 탈레반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국제 파트너십을 신뢰했지만, 국제사회의 인내심이 지속할 것이라고 가정한 것은 큰 실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희생양’이라며 “카불을 구하기 위해 희생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아프간 정부가 2020년 9월부터 탈레반과 본격적인 평화 협상에 나서기 전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2019년 탈레반과 ‘외국군 철수·아프간 내 국제 테러조직 불허’ 등의 원칙에 합의하고, 이듬해 2월 29일 ‘미·탈레반 평화 합의’가 최종 타결됐다. 가니 전 대통령은 이 점이 붕괴의 원인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가니 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의 의혹에 대해 “내 생활 방식은 모두에게 알려 있으니 어떤 국제적 조사든 환영한다”며 재차 강조했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