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직장인 김 모씨(38)는 평소 자주 사 먹던 돼지고기 양을 절반으로 줄였다. 올해 초 100g당 1000원 중반 수준이었던 돼지고기 값이 최근 2000원을 넘어서다. 두 아이와 온 가족이 배부르게 먹으려면 1kg 이상은 사야 하는데 치솟는 물가에 부담이 커졌다. 김 씨는 “장보기가 겁난다. 여기서 더 오르면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고민”이라고 했다.
지난해 물가는 무섭게 치솟았다. 채소, 고기, 기름값, 서비스 요금 등 실생활과 밀접한 품목 대부분이 전방위로 올랐다. 문제는 새해 벽두부터 물가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글로벌 공급망 및 물류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실손보험료는 최대 16% 오르고 4월 전기·가스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고물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달걀부터 휘발유까지 ‘안 오른 게 없다’
뉴스1
서민 지갑 사정에 큰 영향을 끼치는 농축수산물은 8.7% 올라 2011년(9.2%)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달걀(41.3%) 파(38.4%) 사과(18.5%) 돼지고기(11.1%) 국산 쇠고기(8.9%) 등 밥상에 올라가는 품목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기름값은 지난해 15.2% 오르며 2008년(19.1%)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휘발유가 14.8%, 경유가 16.4%, 차량용 액화석유가스(LPG) 18.0% 올랐다. 공업제품도 2.3% 올라 2012년(2.8%)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서민 가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집세도 1.4% 올랐다. 월세(0.7%) 상승률은 2014년 1.0%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 새해 심상찮은 물가 고공행진
뉴스1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은 4월부터 줄줄이 인상된다. 전기요금은 4인 가구 기준 월 1950원, 가스요금은 월 4600원 오른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곡물·원자재 가격, 글로벌 공급망 등 상황이 크게 완화되고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완화된다고 해도 (실제 물가 반영까지) 시차가 있어 당분간 상당히 높은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으면서 정부는 올해 초 최우선 국정 과제로 물가 안정을 꼽고 있다. 2022년 설 민생안정대책을 예년보다 1주 빠른 설 명절 4주 전에 발표할 계획이다. 한국은행은 새해 추가 금리인상 시기를 물가 오름세 등을 보며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압력을 막기 위해선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이럴 경우 대출자들의 원리금 부담이 커지는 딜레마가 있어 통화당국의 고민이 크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잘 살펴보겠다”고 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