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야당 인사들과 언론인 등의 통신자료를 대규모로 조회한 것을 놓고 여야가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야당 사찰’로 규정하면서 공수처 해체, 김진욱 공수처장 사퇴 및 형사처벌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여당은 공수처의 통신조회는 합법이며 국민의힘의 공세는 “국민을 기만하는 쇼”라고 맞섰다.
공수처가 지나친 저인망식 통신조회로 논란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검찰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들이 연 500만 건이 넘는 통신조회를 하는 것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다. 통신조회를 하려면 법원에서 영장을 받도록 하고, 대상자에게 통신조회 사실을 알리도록 하는 등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다.
하지만 여야는 이 문제를 오직 정치적 유불리라는 잣대로만 접근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당일 때 법 개정에 반대했고, 더불어민주당은 2017년 대선 승리로 여당이 된 이후 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았다. 양당 대선 후보들의 말도 달라졌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016년 검경이 본인의 통신자료를 조회하자 “국가기관의 전방위적 사찰”이라고 비판했지만 이번 사안에는 “사찰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검찰 재직 시에는 통신조회에 대해 “전화번호 가입자가 누구인지 조회하는 것”이라며 문제없다고 했다가 이번엔 “미친 사람들”이라고 공수처를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