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물가 상승 압박
3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5% 올라 10년 만에 상승률이 가장 컸다. 뉴스1
3500만 명 이상이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 의료보험료가 오르면서 새해 벽두부터 소비자 물가에 빨간 등이 켜졌다.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은 일부 가입자들의 과잉 진료와 백내장 등 비급여 진료비 급증으로 실손보험 적자 규모가 3조5000억 원에 달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농축수산물, 공산품, 유가 등 실생활과 밀접한 품목들의 가격이 지난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실손보험료까지 오르면서 물가 압박이 커지게 됐다. 여기에 4월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겹치고 글로벌 공급망 및 물류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고물가 추세가 당분간 꺾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새해 심상찮은 물가 고공행진
31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보험업계는 올해 ‘구 실손보험’(2009년 9월까지 판매)과 ‘표준화 실손보험’(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 보험료를 평균 16% 인상하기로 했다. ‘신 실손보험’(2017년 4월∼2021년 6월)은 2020년부터 적용했던 한시적 보험료 할인 혜택을 종료해 할인율(8.9%)만큼 인상된다. 지난해 7월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은 보험료 변화가 없다.
공공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은 4월부터 줄줄이 인상된다. 전기요금은 5.6%(4인 가구 기준 월 1950원), 가스요금은 16.9%(월 4600원) 오른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곡물·원자재 가격, 글로벌 공급망 등의 상황이 크게 완화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완화된다고 해도 (실제 물가 반영까지) 시차가 있어 당분간 상당히 높은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달걀부터 휘발유까지 ‘안 오른 게 없다’
기름값은 지난해 15.2% 오르며 2008년(19.1%)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공업제품도 2.3% 올라 2012년(2.8%)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서민 가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집세도 1.4% 올랐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