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겨울 별미 여행 강진만의 명물 ‘짱뚱어 갯벌탕’ 탐진강 하류서 만난 겨울별미 음식문화 번성했던 병영성
전남 강진만에서 겨울철 진객인 천연기념물 큰고니가 새해를 맞아 바닷바람을 가르며 비상하고 있다. 강진만은 넓게 펼쳐진 갯벌과 갈대숲에 먹이가 풍부해 각종 철새들이 월동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강진문화관광재단 제공
《쌀쌀한 겨울. 전남 강진만 생태공원의 갯벌. 새해를 맞아 흰색 큰고니들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힘차게 날갯짓을 한다.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시베리아에서부터 날아와 이곳에서 월동하는 겨울의 진객(珍客)인 천연기념물 201호인 큰고니 떼다. 해변에 가득 차 있는 2500여 마리의 고니들이 합창을 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백조의 호수’를 방불케 한다. 강진만은 1131종의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는 남해안 최고의 생태서식지이자 겨울철 별미(別味)를 즐길 수 있는 맛의 고장이다.》
○ 강진만의 명물, ‘짱뚱어 갯벌탕’
산낙지, 멍게 등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강진의 마량 포구.
1978년 청정수역으로 지정된 강진만 생태공원에는 66만1000m²(약 20만 평)의 갈대 군락지와 청정 갯벌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꼬막, 맛조개, 붉은발말똥게, 기수갈고둥뿐 아니라 장어, 숭어, 도미, 굴 등 천혜의 수산물이 풍부하다. 그중에서도 강진의 대표적인 명물은 바로 짱뚱어다.
강진만생태공원 갯벌에 살고 있는 짱뚱어.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짱뚱어의 눈이 튀어나온 모양을 두고 ‘철목어(凸目魚)’라고 불렀다. 갯벌 위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살기 때문에 오염된 곳에서는 살 수가 없고 양식도 되지 않아 100% 자연산으로만 존재한다. 단백질 함량이 소고기보다 높아 기운을 차리게 만드는 전설적 음식으로 불린다. 실제 짱뚱어탕을 시켜 보니 추어탕과 비슷하게 생겼다. 짱뚱어의 살을 발라내고 머리뼈를 갈아 시래기와 된장을 넣어 펄펄 끓인 탕이다. 죽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독특한 향이 느껴지는 ‘갯벌탕’이다. 짱뚱어튀김은 빙어나 미꾸라지튀김과 비슷했는데 씹을 때 훨씬 고소한 맛이 났다. 짱뚱어는 전골로도, 구이로도, 회로도 먹으면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강진 갯벌탕’ 주인 이순임 할머니(71)는 무려 58년 동안이나 강진 갯벌에서 직접 뻘배를 밀어가며 짱뚱어를 잡아왔다. 짱뚱어는 ‘훔치기 낚시’라고 해서 미끼를 끼우지 않고 7m 길이의 낚싯줄을 일순간 던져 바늘로 낚아채서 잡는다고 한다. 자칭 타칭 ‘짱뚱어 박사’로 통하는 이 할머니는 “장어는 뱀처럼 기어만 다니지만 짱뚱어는 토끼처럼 뛰고, 새처럼 날아다니는 물고기”이라며 “온몸에 단백질이 83%를 차지하는 데다 피부호흡으로 햇볕을 쬐고 살기 때문에 비린내도 나지 않는 최고 보양식”이라고 말했다.
○강진의 겨울철 보양식
강진 앞바다를 구경하려면 마량부터 가우도까지 낚싯배를 타면 좋다. 선상에서 낚시를 하면 자연산 장어가 쏠쏠하게 올라온다. 가우도 꼭대기에는 강진을 상징하는 대형 청자조형물이 절경을 뽐낸다. 특히 석양 때 찾아가면 섬과 다리에 주홍빛 노을로 젖어드는 풍경이 환상적이다. 가우도 북동쪽 해상협곡에 놓여 있는 출렁다리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다. 마량에 있는 이국적인 카페 ‘벙커’ 앞에서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그네.
탐진강과 강진만 바닷물이 오가는 지역에서 잡히는 ‘목리 장어’ 구이.
토종닭과 문어, 전복, 한약재가 들어가는 회춘탕.
○하멜과 병영성 불고기
강진에는 조선시대 번성했던 두 마을이 있다고 한다. 남쪽 해안의 마량과 북쪽 내륙의 병영이다. 두 마을 모두 군사도시로 시작했다. 마량에는 수군 진영이 구축됐고 병영은 전라병영성이 설치됐던 호남 최대의 군사도시였다. 한때 2만 명이 살았다는 병영성의 9만9000m²(약 3만 평) 규모의 문화재구역 내에는 성루 4개와 담벽, 해자가 있고 남쪽 성문 인근에 현대식 탱크가 세워져 있어 이채롭다.연탄불에 구워 주는 병영성 불고기.
글·사진 강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