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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中과 무덤 위서 춤출지, 美 핵우산 유지할지 자문해야”

입력 | 2022-01-01 03:00:00

[2022 새해특집/글로벌 석학 인터뷰]〈1〉 미어샤이머 美시카고대 석좌교수



국제정치학 석학인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미중 패권 전쟁이 새로운 냉전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강조하며 “한국은 미국과 더 밀착하고 미국은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한 핵우산 공약을 확고히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존 미어샤이머 교수 제공


《2022년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중간선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할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가 이어지면서 국제 질서가 다시 한번 거세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중 간 패권 다툼이 격화되면서 3·9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한국은 미중 간 줄타기를 계속할지, 새로운 외교 전략을 세워야 할지 결정할 시험대에 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동아일보는 미중 패권 전쟁을 정확히 예측한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75)와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 질서의 향방과 한국의 나아갈 길을 들었다.》






“한국은 자신의 무덤(tomb) 위에서 중국과 함께 춤을 출지 아니면 미국과 협력하는 것을 선택해 (미국의) 핵우산을 머리 위에 유지할지를 물어야 한다.”

미국 국제정치학의 대표적 석학으로 꼽히는 미어샤이머 교수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미중 갈등 속 한국의 선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보다 더 격화되면서 미중 간 줄타기 외교를 해온 한국의 고민이 더 커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미국은 한국이 국방비를 늘리고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냉전 당시 옛 소련보다 훨씬 강한 중국을 상대하려는 미국이 동맹국에 중국 견제를 위한 협력을 강하게 요청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또 “한국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은 확장 억지력으로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안보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한미일 협력을 넘어선 한미일 3국 동맹의 필요성도 제안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미중 갈등을 어떻게 평가하나.

“냉전은 경제, 이념, 정치, 군사 등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 치열한 안보 경쟁으로 정의할 수 있다. 두 나라 사이에 이미 냉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믿는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등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세계를 지배하고 싶어 하고, 미국 역시 중국의 지배를 막고 미국이 첨단기술을 이끄는 데 모든 관심을 쏟고 있다.”

―과거 냉전과 비교하면 어떤가.


“과거 냉전과의 차이는 중국이 당시 소련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아직 동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지만 중국이 곧 미국과 동등한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앞으로 30년간 중국이 경제 성장을 이어간다면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가 될 것이다. 중국의 현재 인구는 미국의 4배 이상이다. 중국이 한국이나 일본과 비슷한 1인당 국민소득을 갖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런 중국은 미국보다 훨씬 더 강력할 것이다.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세상은 이미 사라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동맹을 규합해 중국과 맞서고 있다.

“현재 3대 강대국은 미국 중국 러시아다. 그리고 미국이 동유럽에서 어리석은 정책을 펼치는 바람에 러시아를 중국의 품에 밀어 넣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실상 동맹이다. 미국 역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같은 동맹국을 보유했지만 이들 모두 러시아를 봉쇄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이를 감안할 때 (동맹)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다.”

―중국은 어떤 외교정책으로 나올 것으로 보나.

“중국은 의문의 여지 없이 더 공격적으로 변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중국이 과거보다 더 공격적으로 변한 이유가 시 주석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더 강력해지면서 이 힘을 군사력으로 바꿀 것이다. 남중국해를 통제하고 대만을 탈환하고 (대만이 있는) 동중국해를 장악하려고 할 것이다. 내가 중국의 국가안보보좌관이라 해도 시 주석에게 ‘중국이 아시아를 지배하려면 더 공격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할 것이다.”

―대만을 둘러싼 무력 충돌 가능성은….

“중국 입장에서 대만은 중국의 신성한 영토다. 중국인들은 과거 아편 전쟁 같은 굴욕의 또 다른 예로 여겨 대만 문제에 분노한다. 다만 일각에서 5년, 10년 안에 전쟁을 예상하지만 (나는) 가까운 장래에는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중국이 아직까지는 신속하고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기 위한 군사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이 더 강해진 뒤인 15년, 20년 안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미중이 한반도에서 충돌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미중 경쟁이 뜨거워질수록 북한은 중국과 가까워지고 한국은 미국과 가까워질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모두 한반도의 현상 유지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미중 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포기해야 한다고 보나.


“나는 한국이 이미 미국과의 동맹에 전략적으로 전념하고 있다고 본다. 또한 한국이 한미 관계에 전념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가 될 것이다.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중국, 안보는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중국이 더 강력해지고 다른 국가에 위협이 될수록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본다. 안보는 생존의 문제이며 경제적 사안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에 중국 견제를 위한 더 큰 역할을 요구할까.

“미국은 한국이 국방비를 늘리고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다. 한국은 북한의 위협에 직면해 있고, 미국의 핵우산을 확실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략적 차원에서도 한국 미국 일본이 서로 더 가까워지도록 하는 강력한 힘이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일본이 방위비를 늘려 동아시아에서 (군사적으로) 더 활발히 활동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특히 일본과 호주로 하여금 대만 방어를 돕도록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이 한국에도 대만 방어에 대한 기여를 요구할 것이라고 보나.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한국이 한반도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미국은 한국보다 일본에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할 것이다. 그 대신 한국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

―중국 견제 동참은 중국의 반발을 불러올 텐데….

“그건 피할 수 없는 문제다. 한국이 닥친 상황은 좋지 않다. 한국이 미국에 가까워질수록 중국은 한국에 보복할 것이고 한국은 일정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국제정치에 대한 중국의 방식은 ‘중국을 따르든지 아니면 떠나라’는 것이다. 한국은 자신의 무덤 위에서 중국과 함께 춤을 출지 아니면 미국과 협력하는 것을 선택해 (미국의) 핵우산을 머리 위에 유지해야 할지를 물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핵무기 사용 제한에 대한 동맹국의 우려가 있다.

“미국은 한국 및 일본의 생존이 위태로울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용의가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핵 사용이 미국을 보호하는 것에 국한되면 확장 억지력이 효과가 없다. 북핵 및 중국의 위협이 커지는 것을 고려할 때 한국과 일본이 자체 핵무기를 가지고 싶어 할 동기가 매우 크다. 한일이 핵무장의 길로 가지 않도록 하려면 미국은 확장 억지력 제공에 헌신해야 한다.”

―한일 관계는 어떻게 보나.

“중국의 위협이 커질수록 한국과 일본이 더욱 긴밀히 협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통의 위험이 있을 때는 적대적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도 더 가까이 협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에서 한미일 동맹이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에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더 어렵다.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는 더 강력한 국가가 되고 있는 만큼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 비핵화 협상은 어떻게 전망하나.

“북한은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핵무기는 궁극적인 억지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심지어 중국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 또한 북한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 교체)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북한이 중국에 기대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는 ‘강대국은 다른 국가를 압도하는 지위에 서려는 패권을 추구하면서 새로운 패권국의 등장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고 보는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 이론을 주창해온 국제정치학계의 거두다.

1947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그는 1970년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군 장교로 5년간 근무한 이력이 있다. 1974년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1980년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82년부터 시카고대 교수를 지내며 군사적 힘을 바탕으로 한 강대국의 패권 추구가 세계 질서를 이룬다는 현실주의를 연구해왔다.

그는 중국이 미국의 지원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 펴낸 저서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에서 이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특히 그는 이 책에서 한국과 폴란드를 전 세계에서 지정학적으로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나라로 꼽았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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