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정상 ‘우크라 사태’ 50분 통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0일(현지 시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50분간 전화로 담판을 벌였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경제 제재를 포함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했고 푸틴 대통령은 이 경우 미-러 관계가 완전한 단절에 이를 수 있다고 반발하며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이어지는 스위스 제네바 개최 미-러 고위급 회담(10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러시아 간 회담(12일) 등 연쇄 협상이 우크라이나 사태가 군사 충돌로 이어질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두 정상의 대화 이후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적 해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면서도 “러시아가 추가로 우크라이나를 침범하면 미국과 동맹국들이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한 약 10만 명 규모 러시아 병력의 철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추가로 침공할 경우 경제 제재뿐만 아니라 동맹국에 주둔 중인 나토군 배치 조정과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한 추가 지원에 나설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고 미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밝혔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AP통신에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두 강대국이 외교나 제재라는 ‘두 가지 길’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다만 미-러 양국이 모두 외교적 해법 모색을 전제로 선제조건을 내건 만큼 이번 담판이 이달 열리는 우크라이나 관련 연쇄 회담에 긍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러 정상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가운데 중국은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겠다며 미국에 대항한 중-러 간 전략적 밀착을 더욱 강조하고 나섰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관영 신화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 두 강대국이 협력을 강화하면 패권주의가 승리할 수 없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왕 부장은 “미국이 중국의 대항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중국에 극한의 압박을 가해도 중국이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을 미국이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