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2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동아DB
여야가 지난 연말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처리에 합의함에 따라 새해 초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민간기업으로 확산될 경우 기업 이사회는 노사 갈등의 전쟁터가 되고, 기업의 의사결정 속도와 효율이 떨어질 것이라며 경제계가 반발하는 법이다. 반면 자국 내 반도체, 배터리 투자에 파격 지원을 약속하는 선진국에 대항하기 위해 필요한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반도체특별법)은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득표에 도움 되는 법은 앞뒤 안 가리고 과속하면서, 국가 미래 경쟁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표엔 도움 되지 않는 법은 수수방관하는 게 정치권의 현실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말 안건조정위원회를 열어 공공기관 상임이사 중 노동조합이 추천한 인사를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하는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1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패스트트랙으로 신속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여당을 독려하고, 지난달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까지 찬성하면서 급물살을 탄 법이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공기업 노조원의 처우 개선, 고용보장 요구를 늘려 철밥통은 더 강화하고, 청년층 취업 기회는 좁힐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민간으로 번질 경우 노사관계의 균형추가 노조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제도의 모델인 독일에서는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이사회와 노조가 참여하는 감독이사회가 분리돼 있어 단일 이사회인 한국과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도 여야는 노동계의 환심을 살 선물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 정치권은 노사관계의 틀을 뿌리부터 뒤흔들 일은 떡 하나 집어 주듯 쉽게 약속하면서 미중 패권전쟁에 끼어 생존을 걱정하는 우리 기업에 대한 지원에는 한없이 인색하다. 이렇게 표수만 계산해 집권하는 정치세력이라면 여든 야든 한국의 미래에 짐만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