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정 영장류학자
“우리 모두는 때로 끔찍이 친밀한 방식으로 서로에게 의존한다. 어쩌면 의존이 이토록 불편한 건 친밀성을 요구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중략) 하지만 취약성에는 새로운 존재 방식과 지원 및 소통의 방식, 즉 능력과 종의 차이를 관통해 의미를 부여하는 새로운 방식 또한 잠재되어 있다.” ―수나우라 테일러 ‘짐을 끄는 짐승들’ 중
누군가에게 의존한다는 것은 종종 끔찍하게 느껴진다. 취약하고 의존적인 대상은 쉽게 착취당하기 때문이다. 공정하지 않은 상호작용에서 의존이라는 말은 가부장이나 노예 제도, 장애 억압을 정당화하며 착취를 계속하도록 돕는다고 테일러는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취약하고 의존적이기보단 강하고 독립적이고 싶어 한다.
나는 중국 산자락에서 숲과 아스팔트 도로를 넘나들며 살고 있는 야생 잎원숭이들을 관찰한다. 인간이 개발해서 얼마 남지 않은 숲에 잎원숭이들이 먹을 것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란 팻말 앞에서 사람들은 잎원숭이에게 빵과 요구르트 병을 쥐여 주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릴 영상을 찍는다. 테일러가 가축화된 동물들을 착취하는 인간에 관해 이야기했다면 나는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그들을 불구화시키는 인간들을 본다. 윤기 나는 검은 갈기를 가진 이 아름다운 잎원숭이들은 파괴된 서식지 끝자락에서 한없이 취약하다.
이윤정 영장류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