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독재 시작되자 도일 20년 망명 日잡지에 필명 ‘T·K生’ 칼럼 연재 5·18민주화운동-인권탄압 등 알려
칼럼을 통해 한국 군부 정권의 인권 탄압과 이에 맞선 민주화운동을 세계에 알린 지명관 전 한림대 석좌교수(사진)가 1일 별세했다. 향년 98세.
평안북도 정주 출신으로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1회 입학생인 고인은 1947년 월남해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에서 종교철학 박사를 수료했다. 1964년부터 약 3년간 월간 ‘사상계’ 주간으로 일하며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덕성여대 교수, 덕성여고 교장을 지냈다.
1972년 10월 유신 독재가 시작되자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여대 교수 등을 지내며 약 20년간 망명생활을 했다. 1973년부터 일본 진보성향 월간지 ‘세카이(世界)’에 ‘T·K生(생)’이라는 필명으로 칼럼 ‘한국으로부터의 통신’ 연재를 시작했다. 박형규 목사 등 국내 기독교 지도자들이 미국 선교사를 포함해 각국 외국인을 통해 민주화운동 관련 자료를 건네주면 고인은 이를 토대로 글을 썼다. 그가 1988년까지 쓴 원고지 2만 장 분량의 칼럼은 5·18민주화운동 등 민주화에 대한 한국인의 열망을 세계에 알리는 창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국내 정보기관의 추적에도 T·K生이 누군지 드러나지 않았다. T·K生이 고인이라는 사실은 2003년 세카이를 통해 스스로 밝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