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연달아 가격 올려 ‘저렴한 한 끼 메뉴’ 1만원 육박 식재료값-인건비 상승 겹치며 갈비탕 10% 등 외식물가도 들썩
대학생 김명진 씨(26)는 최근 식사 한 끼 사먹는 것도 부담스러워졌다. 그는 비(非)대면 수업을 들으며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곤 했다. 커피 한 잔보다 약간 비싼 정도였던 한 끼 비용이 최근 1만 원에 육박하게 됐다. 그는 “매일 햄버거만 먹어도 한 달 점심 값이 20만 원 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외식물가가 잇달아 오르면서 ‘저렴한 한 끼’로 인기였던 햄버거나 샌드위치, 떡볶이 등이 1만 원을 호가하게 됐다. 외식업체들이 식재료와 인건비, 배달 수수료 등 각종 비용 상승을 들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외식물가 상승률은 10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햄버거 세트·떡볶이도 1만 원 훌쩍 넘겨
샌드위치를 파는 써브웨이도 이달 3일부터 가격을 평균 5.1% 올렸다. 대표 메뉴인 ‘터키베이컨아보카도 샌드위치 웨지 세트’는 9300원이 됐다. 지난해 초 가격을 1.2∼2.8% 올린 맥도날드와 버거킹도 각각 ‘더블 쿼터 파운더 치즈’ 세트가 8400원, 버거킹 ‘와퍼’ 세트가 8100원으로 1만 원에 육박한다.
대표적인 서민 간식인 떡볶이 가격도 올랐다. 지난해 12월 떡볶이 외식비는 전년 동월보다 4.6% 올랐다. 동대문 엽기떡볶이는 기본 메뉴(떡볶이 떡 3∼4인분)가 1만4000원으로 모둠 튀김(2000원·4개)을 추가해 배달 주문하면 2만 원에 육박한다.
원가·인건비 인상에 배달 수수료까지 부담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서며 전체 외식 물가가 뛰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외식물가는 1년 전에 비해 4.8% 올랐다. 이는 2011년 9월(4.8%) 이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 통계청이 집계하는 39개 외식물가 품목 가운데 1년 전보다 가격이 오르지 않은 품목은 커피(0.0%)뿐이었다. 갈비탕(10.0%), 죽(7.7%), 김밥(6.6%)의 상승률이 높았다.
이는 식재료와 인건비 급등에 배달료 상승까지 겹친 영향이 크다. 지난해 12월 달걀 가격은 전년 동기보다 33% 뛰었다. 소금(30%), 우유(7%), 햄·베이컨(5%) 가격도 올랐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국인 인력에게 의존하는 농수산물 가격과 해외 물류비가 오른 것도 외식비 상승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