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 당선소감 시조
병마와 싸운 지난해… 당선 소식에 어둠의 터널 빠져나온 듯
병마와 싸운 지난해… 당선 소식에 어둠의 터널 빠져나온 듯
김성애 씨
지난해 몸을 옥죄는 병마를 견뎠습니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바람 부는 대로 이리저리 하염없이 나부끼었습니다. 일어설 힘도 없이 주저앉아 있던 저를 화들짝 깨운 당선 소식에 여태 괴롭히던 어둠이 모두 빠져나가고 환희와 밝음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이제 일어서서 걸을 수 있겠습니다.
날카로운 감성으로 시조의 길을 열어주신 이교상 선생님, 함께 이끌어주고 어깨를 내어준 문우들, 제가 걷고자 하는 길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응원해주고 믿어준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뭉게뭉게 눈꽃을 피운 나뭇가지에서 녹아내리는 물의 눈동자로 주변을 깊이 살피고 따뜻하게 어루만져 아픔을 치유하는 시인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오게 해 주신 동아일보,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1963년 경북 경산시 출생 △대구상서여자상업고 졸업
● 심사평 시조
코로나 팬데믹 상황서 실존적 고뇌 다룬 작품 늘어
코로나 팬데믹 상황서 실존적 고뇌 다룬 작품 늘어
이근배 씨(왼쪽)와 이우걸 씨.
그러나 위의 작품 중에서 서정성이 부족하거나 기성 시인의 작품과 너무 비슷해 보이는 작품, 시어가 승화되지 못한 작품, 사고의 폭이 너무 좁다고 느껴지는 작품을 다시 제외했다. 그리고 남은 작품인 ‘꽃을 더듬어 읽다’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이 작품의 중요 소재는 노인이다. 리어카와 함께하는 그의 고단한 하루를 무심한 듯 감정개입 없이 섬세하게 그려놓았다. 그리고 이 무심함이 오히려 효과적으로 노인 문제를, 우리 삶의 고충을, 인생의 덧없음을 상상하게 한다. 당선을 축하하며 더 노력해서 의미 있는 성취를 하길 빈다.
이근배·이우걸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