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선소감
자기들끼리 속삭이는 시가 무섭습니다
자기들끼리 속삭이는 시가 무섭습니다
최선교 씨
이쯤 되면 저의 고백을 이상하다고 느끼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여전히 시가 무섭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만 빼놓고 자기들끼리만 아는 말로 즐겁고 불행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만약 저를 조금이라도 끼워줄 생각이 있다면, 언제나 이미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들을 변호할 뿐이라는 마음으로 쓰겠습니다.
△1996년생 대전 출생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졸업 △고려대 국문과 현대문학 석사과정 재학 중
● 심사평
텍스트에 밀착… ‘시의 윤리’ 찾으려고 애써
텍스트에 밀착… ‘시의 윤리’ 찾으려고 애써
신수정 씨(왼쪽)와 김영찬 씨
비평은 텍스트를 선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지금 현재 무엇이 의미 있는 텍스트인가를 분별해내고 그 텍스트를 분석해 그것이 놓인 자리가 정확히 어디인가를 판정하고 헤아리는 안목. 대상에 대한 비평적 거리를 확보하면서도 대상이 발화하는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는 태도. 그 결과를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고 전달하는 소통의 기술. 새롭게 비평의 길에 들어서려는 예비 비평가들의 글에서 보고 싶었던 것은 비평의 기본에 속하는 이런 덕목들이었다. 아쉽게도 비평적 거리 혹은 객관성이나 소통의 의지를 갖추지 않은 글들이 다수였고 의미 있는 비평적 질문을 품고 있는 글들도 보기 힘들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나’가 ‘그것을’ 말할 때―안희연론’은 많은 글들에서 보이는 그런 결함들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었다. 텍스트에 밀착해서 ‘시’의 윤리를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비평적 분투가 눈에 보였고 자기 나름의 언어로 시를 풀어쓰는 유려한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면서 시인 안희연의 자리를 정확하게 배치하는 안목도 갖추고 있었다. 아직은 서툴고 깊지 않고 독자와 소통하려는 의지도 채 여물지 않았지만, 심사위원들은 아직은 서툰 그 가능성을 믿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