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선소감
켄 로치가 남긴 숙제, 하나씩 풀어갈 것
켄 로치가 남긴 숙제, 하나씩 풀어갈 것
최철훈 씨
물결이 일렁였고
어리석게도 나는
슬픔을 떠올렸다
영화는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를 반영한다. 나는 켄 로치의 방식이 좋았다. 좋아서 더 봤고 더 읽었다. 읽다 보니 쓰고 싶어졌다. 쓰는 순간엔 호기로웠고 쓴 끝은 부끄러웠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원고를 보냈다. 그건 켄 로치를 기억하기 위한 나만의 작은 의식(儀式)이었다.
당선 소식은 잔잔한 물 위에 던져진 조약돌처럼 나의 일상에 달려와 부딪쳤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부딪침이라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달라진 것은 없다. 나의 일상은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일상 속에서 나는 켄 로치의 영화가 남겨준 과제를 하나씩 풀어갈 것이다.
△1991년 부산 출생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졸업
● 심사평
새롭게 다가온 영화, 새로운 접근 ‘신선’
새롭게 다가온 영화, 새로운 접근 ‘신선’
김시무 씨
로치의 영화에서 차단 벽 내의 등장인물들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 첫 번째 패배다. 또 그의 영화가 재현하고 있는 외적 현실은 여전히 바뀐 것이 없다. 차단 벽 너머의 관객은 그저 방관만 할 뿐이다. 두 번째 패배다. 이처럼 영화적 실천은 늘 미완으로 남는다.
그렇다면 왜 그는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일까. 그는 이중의 차단 벽 속에서 실패를, 즉 무수한 넘어짐을 기록하고 그저 폭로할 뿐이다. 그리하여 그의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 해야 할 일은 한 가지인데, 그를 기억하는 것이다. 이처럼 요약할 수 있는 평자의 글에서 본 심사자는 로치의 영화적 실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읽을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영화 ‘미나리’와 ‘노매드랜드’ 등을 다룬 몇 편의 뛰어난 평문들도 있었으나 이 글의 치밀성을 넘어서기에는 다소 부족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