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비전으로 尹과 차별화 전략 “경제회복 온힘” 부산서 신년사…내일 기아 공장서 국정비전 제시 “청년층, 최대 5년전 월세도 공제”…이월공제 도입 등 주거정책공약도 李측 “확실한 골든크로스 목표”
“경비로봇, 기특하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일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 스마트빌리지를 방문해 이동 중인 경비 로봇을 지켜보고 있다. 이 후보는 새해 첫 지역 일정으로 1일부터 1박 2일간 부산경남 지역을 찾았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대전환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경제대통령, 이념을 넘어 오직 국민 삶을 개선할 민생대통령이 되겠다 약속드립니다.”(2일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새해 첫날부터 ‘경제’와 ‘민생’을 수차례 언급하며 중도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나섰다. 지난해 말까지 열린민주당과의 합당 및 국민의당에 참여했던 옛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복당 허용 등을 통해 전통적 지지층인 ‘집토끼’ 확보에 주력했다면 새해부터는 ‘산토끼’인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후보 측은 구체적인 정책과 비전들을 선보이며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본격적인 차별화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메시지가 반성과 사과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정책 선거’를 견인할 다양한 정책을 공약화해 보여줄 것”이라며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보이는 ‘데드크로스’ 상황을 확실한 골든크로스로 전환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새해 첫 일정 PK서 “경제 재도약”
이 후보는 1일 신년사에서 “오직 국민, 오직 민생이라는 각오로 민생과 경제 회복에 온힘을 쏟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새해 첫 지역 일정으로 선택한 1박 2일간의 부산행에서도 거듭 민생과 경제를 외쳤다. 그는 2일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열린 해돋이 행사에서 “경제가 너무 어려운데 재도약하는 토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부산경남 지역이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도 거듭 부각시켰다. 그는 전날 찾은 부산 신항에서 “부산이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며 “가덕신공항과 철도 기반 시설을 통한 트라이포트가 완성되면 부산울산경남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균형 발전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 무용론’을 피력한 윤 후보를 토론 링 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러브콜도 이어갔다. 이 후보는 부산 신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가) 하고픈 이야기를 국민 앞에서 하면 좋겠다”며 “상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상대가 없는 자리에서 헐뜯듯이 하는 것보다는 그 자리에서 당당하게 말하는 게 국민들이 보기에도 아름다울 것”이라고 했다.
李 “청년층, 최대 5년 전 월세도 공제”
이 후보는 2일 “최대 5년 전 월세까지 공제받을 수 있는 이월공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새해 첫 메시지로 ‘민생’을 강조하고 나선 가운데 연초부터 청년층의 주거 정책 공약을 앞세워 자신의 가장 ‘약한 고리’인 2030 청년층 표심과 성난 부동산 민심을 동시에 잡겠다는 의도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거주 형태 변화로 월세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자산이 적고 소득이 낮은 청년층일수록 높은 월세를 따라갈 수가 없다”며 “전세에서 월세 전환은 세입자에게 공포에 가깝다”고 했다. 이는 앞서 이 후보가 발표한 공시가제도 전면 재검토, 종합부동산세 일부 완화, 실수요자 취득세 완화에 이은 4번째 부동산 세제 공약이다.
신년 기자회견서 국난 극복 위한 ‘비전’ 강조
이 후보는 신년을 맞아 4일 경기 광명시 소하리 기아 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 운영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선대위 내부에서 기자회견 장소를 두고 여러 안이 테이블에 올라왔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극심한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상징성을 고려해 기아 공장이 최종 낙점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스스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 외환위기 이후 최대 국난을 극복할 적임자라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선 과정을 포함한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이 후보의 추진력을 앞세웠다면, 앞으로는 이 후보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큰 그림을 앞세운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가 소년공 출신 등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 지자체장으로서 성과를 냈다는 점을 앞세워 전환기적 위기에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낼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담아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