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의 석유시추시설.© AFP=News1
에틸렌© News1
정유업계는 올해 석유 수요와 정제마진이 모두 증가할 것이란 전망 속에 기대감을 품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증가하는 가운데 전방 사업에서도 견조한 수요가 유지되면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석유제품 수요, 코로나 이전 수준 상회…“오미크론 짧은 기간 내 소멸”
지난해엔 백신 접종 확대 및 경제 활동 정상화에 따라 석유수요가 회복되고 정제마진도 오르면서 실적이 반등했다. 4개 정유사는 지난해 3분기까지 합계 영업이익 5조6000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7조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도 경제활동 재개와 이동제한 완화에 따라 증가세를 이어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석유 수요는 9950만b/d(배럴/하루)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수요인 9620만b/d(예상치)보다 330만b/d 늘어난 것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9976만b/d에 근접한 규모다.
IEA가 수요 회복을 점친 것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오미크론 등 신규 변이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 변이에 비해 적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미크론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정제마진 상승세에도 나타나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가격으로 정유사의 수익지표다.
정제마진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 2020년 마이너스에서 0달러/bbl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10월 마지막주 8.0달러/bbl까지 올랐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던 지난해 11월 다시 3달러/bbl까지 떨어졌지만 12월 둘째주부터 6달러/bbl대로 상승했다. 통상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이 4~5달러/bbl인 만큼 정유사들이 12월 이후로 다시 수익성을 확보한 셈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정제마진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오미크론이 확산되더라도 세계 경제는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오미크론에 관한 우려가 과잉공포였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OPEC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는 수요도 예상하고 있는 만큼 올해는 정제마진이 약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제품 수요 증가…국내외 기업 투자 확대로 경쟁 심화
지난해 석유화학업계는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다. 코로나19로 일회용품, 위생용품 사용이 늘어나고 사람들의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가전 등 전방 제품 소비가 늘며 석유화학제품 수요도 커졌기 때문이다. 한파로 인한 미국의 생산 차질과 중국의 에틸렌 생산시설 지연에 따른 반사효과도 봤다.
이에 LG화학은 지난해 전년 대비 205.69% 증가한 5조4969억원 영업이익을, 롯데케미칼은 전년 대비 424.68% 증가한 1조872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 나온다.
올해 업황은 수요 증가세가 지속되는 한편 공급도 늘어나면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게 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의 전망이다.
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와 한국신용평가 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에틸렌 수요는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라 지난해보다 5.5% 증가했지만 생산 능력 역시 중국의 신증설설비 가동으로 6.2% 증가해 가동률이 86.1%로 하락했다. 올해도 에틸렌 수요는 전년 대비 5.0% 증가하지만 생산능력도 6.4% 늘어나 가동률은 85.0%로 떨어질 전망이다.
에틸렌은 폴리에틸렌(PE), 폴리스타이렌(PS), 폴리염화비닐(PVC), 에티리렌비닐아세테이트(EVA) 등 다양한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재료로 활용돼 ‘석유화학의 쌀’로 불린다.
미국 인도 등 글로벌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며 PVC, PP 등 수요가 증가하고 차량용 반도체 공급차질로 부진했던 자동차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ABS, PC, SBR 등 제품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코로나19 이후 확대된 위생용품 수요 증가로 NB-Latex, 아세톤, 일회용품 관련 PE·PP 수요 증가도 예상된다.
반면 국내외 정유·화학사들이 석유화학사업에 관한 투자를 늘리며 공급 부담이 이어져 업계 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설비 증설이 지속되면서 올해 글로벌 에틸렌 생산능력은 1000만톤 안팎이 증가하며 에틸렌 수요 증가분을 넘길 전망이다. 국내에선 정유사들이 올해 에틸렌 235만톤 규모의 시설을 증설할 예정이다.
이같은 흐름에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롯데케미칼, LG화학 등 석유화학업계는 재활용 플라스틱·바이오 플라스틱 등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며 대응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이 호전돼 식품, 의류 등 소비가 늘어나면 공급 증가분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비가 줄어들 경우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