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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아니면서…유도대표로 패럴림픽 출전한 선수·감독

입력 | 2022-01-03 09:54:00


시력이 다소 좋지 않은 선수들에게 허위 시력검사를 받도록 지시한 뒤 대표팀에 최종 선발되도록 해 선발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국가대표팀 감독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 이진웅 판사는 업무방해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장애인 유도 국가대표팀 감독 A(60)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또 유도 선수 3명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8명에게는 벌금 300만~7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2명에 대해서는 “허위로 시력검사를 받아 시각장애 스포츠등급을 받은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했다.

A씨는 2014년 6월부터 2018년 7월 대한민국 시각장애 유도 국가대표팀 코치·감독으로 근무하며 시각장애등급을 받지 않은 선수를 허위 시력검사를 받게 하고 대표팀에 최종 선발되도록 해 선발 심사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A씨는 참가한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입상한 실적 서류를 대한장애인체육회에 제출해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정부포상금과 지도자연구비 등 보조금 총 1546만원을 부정하게 지급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시각장애 유도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국내 안과의사로부터 국제시각장애 스포츠등급에 부합하는 의무기록을 발급받아 선수등록을 하고 선발전을 치른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강화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A씨는 2015년부터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시각장애등급을 받지 않은 선수들도 시각장애 유도 선수로 등록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시력이 다소 좋지 않지만 국제시각장애 스포츠등급을 받기 어려운 선수들을 발굴해 등록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후 선수들에게 ‘안경을 벗고 병원에 들어가고, 병원에 들어갈 때부터 내 팔을 잡으면서 이동해라’, ‘시력 검사할 때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해라’ 등의 지시를 해 시력검사를 허위로 받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방법으로 최종 선발된 선수들은 2016 리우 패럴림픽, 2018년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이나 동메달 성적을 기록했다. A씨와 공모한 선수들은 선발 심사업무를 방해하고 보조금을 부정 수령한 혐의를 받는다.

이 판사는 “공정한 경쟁은 우리 사회 공동체가 유지될 근간이 될 뿐만 아니라 스포츠의 기본 정신”이라며 “공정한 경쟁을 해하는 어떠한 행위도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허위로 시력검사를 받아 시각장애 스포츠등급을 부정한 방법으로 받아 낸 피고인들의 행위는 죄질이 나쁘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A씨에 대해 “감독으로서 누구보다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솔선수범해야 함에도 자신의 직분과 책임을 망각하고 어린 선수들에게 선수선발 공정성을 해하는 행위를 종용해 장애인 스포츠 공정성을 크게 훼손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시각장애 유도 국가대표로 선발될 기회를 박탈당하거나 공정하게 경쟁하지 못한 선수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나아가 “적극적으로 허위 시력검사를 받을 생각까지는 없었던 어린 나이의 선수들한테 그 선수들의 어려운 경제적 사정 등을 이용해 허위 시력검사를 유도하는 등 행위는 지도자로서 크게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