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전력을 좌지우지할 ‘S급’ 선수들이 쏟아진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각 팀들은 총액 1000억 원에 육박하는 ‘실탄’을 풀며 화제를 모았다. 돈 싸움에서 밀려 잘 키운 선수를 뺏겼지만 원 소속팀들도 ‘역대급’이라 불릴만한 보상선수를 품에 안으며 설움을 달랠 수 있었다.
지난 수년 동안 스토브리그에서 FA 자격을 얻은 주축들이 팀을 떠나 전력이 약화됐지만 잘 뽑은 보상선수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의 위업을 세운 두산은 이번에도 보상선수 신화를 쓸 가능성이 높아졌다. 2021시즌까지 주전 외야수로 활약했던 박건우(31)가 NC와 6년 100억 원의 FA 계약을 맺었는데, 보상선수로 강진성(29)을 지명했기 때문이다.
KIA 유니폼을 입고 있던 2019시즌만 해도 문경찬은 1승 2패 24세이브 평균자책점 1.31을 기록하며 차세대 마무리로 꼽혔다. 지난해 우승을 노리던 NC가 부진에 빠진 그를 트레이드로 영입했고 마무리 대신 계투로 보직을 바꾼 문경찬은 선발과 마무리를 연결하는 필승조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3년 전 모습만 재현한다면 롯데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앞서 2021시즌 주전포수로 활약한 강민호(37)와 FA협상을 하던 삼성은 협상이 지지부진한 사이 NC에 불펜투수 심창민(29)을 내주고 포수 김태군(33)을 영입했다. 박해민(31)을 영입하고 보호선수 명단짜기에 골몰하던 LG에는 포수 조각을 맞췄다는 신호나 마찬가지였고 2015년 1차 지명 선수인 김재성을 보호선수 명단에서 빼는 고육지책을 썼다. 삼성은 LG의 전략을 역이용해 김재성을 지명했고, 강민호와도 계약을 맺으며 10구단 중 가장 강력한 포수라인을 완성했다. 허를 찔린 LG는 FA시장에 포수 중 유일하게 남은 허도환(37)의 손을 급히 잡을 수밖에 없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