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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cm 막대 살인 피해자와 ‘친한 척’에…출동 경찰 철수

입력 | 2022-01-03 16:26:00

자수 7시간 전 경찰에 한 차례 신고한 피의자 A 씨. 채널A 방송화면 캡처


지난해 말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센터 대표 A 씨(41·수감 중)가 엽기적인 방법으로 직원을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 폭행 직후 현장에 경찰 6명이 출동했음에도 범행을 파악하지 못하고 철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A 씨가 피해자 머리를 쓰다듬는 등 친분이 깊은 것처럼 행동했다”고 해명했지만 현장 대응이 적절했는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3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2시경 “누나가 맞고 있다”는 A 씨의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 6명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여성 대신 하의가 벗겨진 채 누운 남성 직원 B 씨를 발견했다. 만취 상태였던 A 씨는 “B 씨는 술 취해 자는 것이고 신고와 관련 없다”고 둘러댔다.

A 씨가 누워 있는 B 씨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 등을 본 경찰은 B 씨 하반신을 외투로 덮고 철수했다. 하지만 이후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경찰 도착 수분 전 A 씨가 B 씨의 하체를 70cm 길이의 플라스틱 막대로 수차례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출동 당시 B 씨가 살아있는 것으로 파악했지만, 폭행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고 있다고 해 신체를 자세히 살펴볼 수 없었다”고 했다. 현장에는 범행에 사용된 막대도 그대로였다.

약 7시간 후 A 씨는 “B 씨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재차 신고했고, 소방 당국의 연락을 받은 경찰은 A 씨를 폭행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막대에 의해 장기가 손상돼 숨졌다”는 1차 소견을 내놨고 경찰은 혐의를 살인죄로 변경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3일 “현장 출동 경찰관의 미비점이 있는지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