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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후보 빼고 다 바꿔야…의원 전원 당직 사퇴”

입력 | 2022-01-03 20:30:00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과 의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기현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2.1.3/뉴스1 © News1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 윤석열 대선 후보 빼고는 다 바꾼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3일 오후 2시 반부터 3시간 넘게 의원총회를 연 뒤 “윤 후보가 전권을 갖고 당과 선거대책위원회를 개편하고 이끌어가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국민의힘에선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 김기현 원내대표 등 4인의 공동선대위원장,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을 비롯해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까지 릴레이 사의 표명이 이어졌다. 당 소속 의원들도 전원 당직을 포기하겠다는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3·9 대선을 65일 앞두고 사실상 윤 후보 홀로 선대위에 남아 선거 조직을 다시 꾸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 국민의힘 “의원 전원 당직 사퇴”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 결과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 모두는 이제 모든 당직을 내려놓고 오직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며 “다시 한 번 그동안의 부끄러운 모습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의총에서 김기현 원내대표는 “지금이라도 과감하고 파격적인 인적 쇄신을 강행하고, 더는 우리가 분열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며 공동선대위원장직과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과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도 “무한 책임을 지겠다”며 당직과 선대위직에서 물러났다. 이어진 비공개 의총에서 원내지도부에 대한 재신임이 의결됐지만 김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이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선대위 전면 해체는 애초 예상됐던 범위를 훌쩍 넘어선 결과였다. 앞서 이준석 대표는 ‘선대위 전면 쇄신론’을 주장하며 총괄본부장 사퇴 등을 요구했지만 선대위 지도부 총사퇴를 비롯해 원내지도부 사퇴까지 이어진 것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할 생각이 있다”고 말해 나머지 최고위원들의 거취 표명 여부에 따라 지도부 총사퇴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재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날 선대위는 “김종인 위원장도 사의를 표명했다”고 공지했다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소통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이를 번복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이날 윤 후보는 선대위 개편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새시대위원회 신지예 부위원장이 사퇴한 데 대해선 페이스북에 “애초에 없어도 될 논란을 만든 제 잘못”이라고 밝혔다. 신 부위원장 영입을 주도했던 김한길 위원장도 “안타깝고 애석한 일”이라며 “우리 사회의 심각한 젠더 논쟁이 불러온 유감스러운 결과”라고 밝혔다.


● ‘운명의 1월’ 위기감에 극약 처방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날 전격적으로 선대위 해체 사태가 벌어진 배경에 대해 “설 연휴 전까지 민심을 되돌리지 못하면 대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달 2박 3일 대구·경북(TK) 방문 일정에서 잇따라 터져 나온 강성 발언이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던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윤 후보는 1일 전후로 김 위원장과 선대위 쇄신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가 김 위원장의 선대위 개편 제안을 2일 오전 한 차례 반려했다”며 “김 위원장의 의지가 워낙 강해 2일 저녁 윤 후보에게 재차 선대위 개편 발표 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김 위원장에게 “하루 이틀 고민해보겠다”고만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적으로 신년 여론조사 결과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이 폭락한 것으로 나타나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의견이 힘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위원장 산하에서 선대위 요직을 맡고 있는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과 정태근 정무대응실장, 금태섭 전략기획실장, 김근식 정세분석실장 등이 선대위 전면 쇄신 여론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상을 냉정히 판단할 때 쇄신하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지난달 28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대구·경북(TK), 충북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쏟아낸 강성 발언이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