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윤석열다움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지난해 6월 정치 참여를 선언한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3일 당 인사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검찰총장 당시 갖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뚝심을 발휘해 위기를 돌파했던 것과 같은 리더십이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는 데 필요하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메머드 선대위’로까지 불리던 선거대책위원회를 대선 65일을 남겨둔 시점에서 완전히 허물었다. 이날 윤 후보는 예정된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선대위 개편에 관한 숙고에 들어갔다. 모든 결정에 따른 책임을 오롯이 짊어질 윤 후보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 尹, 金 전격 발표에 불쾌감도 피력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선대위 회의가 열리기 전 비공개 회의에서 “6개 본부장 사퇴를 포함해 전체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제가) 필요한 개편을 잘 할 것”이라며 선대위 전면 쇄신 의사를 전격 밝혔다. 윤 후보는 김 위원장의 발표에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가 (김 위원장에게)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윤 후보는 전날 김 위원장과 오찬 회동에 이어 추가 만남까지 이어가며 쇄신안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쇄신 규모나 단행 시기를 두고는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상태였다.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가 김 위원장의 선대위 개편 제안을 2일 오전 한 차례 반려했다”며 “김 위원장은 개편 의지가 워낙 강해 2일 저녁 윤 후보에게 재차 개편 발표 계획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에게 “하루 이틀 고민해보겠다”고만 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한국거래소(KRX) 개장식 행사를 끝으로 공개 일정을 중단했다. 정강정책 연설 녹화 등 이날 오후 예정된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여의도 당사로 돌아온 윤 후보는 선대위 쇄신 방향에 대한 질문에 침묵했다.
김 위원장은 오후 당사에서 윤 후보와 만난 직후 “윤 후보가 (개편에 대해) 특별한 답변은 없었고, ‘사전에 좀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 그 얘기는 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윤 후보가) 갑작스럽게 그런 얘기 들었기 때문에 좀 심정적으로 괴로운 것 같은데 오늘 지나고 나면 정상적으로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 尹 “검찰총장 때 뚝심처럼 갈 것”
윤 후보는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당사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이어 당 의원총회가 열린 오후엔 당사 후보실에 홀로 남아 굳은 표정으로 숙고를 이어갔다. 윤 후보는 당장 김 위원장 측과 선대위 운영 방향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위 운영 방향을 두고는 김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등의 의견도 경청하고 있다. 이날 2030세대에 대한 사과문도 내놨다. 윤 후보는 후보 직속 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 신지예 수석부위원장의 사퇴에 “애초에 없어도 될 논란을 만든 제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그는 “젠더문제는 세대에 따라 시각이 완전히 다른 분야인데, 기성세대에 치우친 판단으로 청년세대에 큰 실망을 준 것을 자인한다”고 했다.
다만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의 아슬아슬한 동행이 순항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이날 의원총회에서 “후보가 선대위에서 해주는 대로 연기만 잘할 것 같으면 승리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에도 윤 후보는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 측은 “윤 후보의 리더십을 건드리는 근원적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