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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위기 맞은 尹 “검찰총장 때 뚝심처럼 ‘윤석열다움’ 보여줄 것”

입력 | 2022-01-03 20:34:00

동아일보 DB


“윤석열다움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지난해 6월 정치 참여를 선언한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3일 당 인사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검찰총장 당시 갖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뚝심을 발휘해 위기를 돌파했던 것과 같은 리더십이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는 데 필요하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메머드 선대위’로까지 불리던 선거대책위원회를 대선 65일을 남겨둔 시점에서 완전히 허물었다. 이날 윤 후보는 예정된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선대위 개편에 관한 숙고에 들어갔다. 모든 결정에 따른 책임을 오롯이 짊어질 윤 후보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 尹, 金 전격 발표에 불쾌감도 피력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선대위 회의가 열리기 전 비공개 회의에서 “6개 본부장 사퇴를 포함해 전체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제가) 필요한 개편을 잘 할 것”이라며 선대위 전면 쇄신 의사를 전격 밝혔다. 윤 후보는 김 위원장의 발표에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가 (김 위원장에게)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윤 후보는 전날 김 위원장과 오찬 회동에 이어 추가 만남까지 이어가며 쇄신안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쇄신 규모나 단행 시기를 두고는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상태였다.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가 김 위원장의 선대위 개편 제안을 2일 오전 한 차례 반려했다”며 “김 위원장은 개편 의지가 워낙 강해 2일 저녁 윤 후보에게 재차 개편 발표 계획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에게 “하루 이틀 고민해보겠다”고만 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한국거래소(KRX) 개장식 행사를 끝으로 공개 일정을 중단했다. 정강정책 연설 녹화 등 이날 오후 예정된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여의도 당사로 돌아온 윤 후보는 선대위 쇄신 방향에 대한 질문에 침묵했다.

김 위원장은 오후 당사에서 윤 후보와 만난 직후 “윤 후보가 (개편에 대해) 특별한 답변은 없었고, ‘사전에 좀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 그 얘기는 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윤 후보가) 갑작스럽게 그런 얘기 들었기 때문에 좀 심정적으로 괴로운 것 같은데 오늘 지나고 나면 정상적으로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 尹 “검찰총장 때 뚝심처럼 갈 것”
윤 후보는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당사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이어 당 의원총회가 열린 오후엔 당사 후보실에 홀로 남아 굳은 표정으로 숙고를 이어갔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 재임 당시 여권과 맞서 싸우던 만큼의 뚝심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뜻을 주변에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위의 사실상 해체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는 선대위를 극도로 슬림화 한 뒤 자신이 직접 챙기겠다는 쪽에 가깝다”라며 “메시지도, 일정도 모두 교체되고 다듬어질 것”이라고 했다. 대선까지 불과 65일이 남은 만큼 이번이 분위기 반전의 마지막 계기라고 보고 설 명절까지 전력투구한다는 게 윤 후보 측의 구상이다.

윤 후보는 당장 김 위원장 측과 선대위 운영 방향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위 운영 방향을 두고는 김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등의 의견도 경청하고 있다. 이날 2030세대에 대한 사과문도 내놨다. 윤 후보는 후보 직속 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 신지예 수석부위원장의 사퇴에 “애초에 없어도 될 논란을 만든 제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그는 “젠더문제는 세대에 따라 시각이 완전히 다른 분야인데, 기성세대에 치우친 판단으로 청년세대에 큰 실망을 준 것을 자인한다”고 했다.

다만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의 아슬아슬한 동행이 순항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이날 의원총회에서 “후보가 선대위에서 해주는 대로 연기만 잘할 것 같으면 승리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에도 윤 후보는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 측은 “윤 후보의 리더십을 건드리는 근원적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