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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통합의 선거’ 강조한 文, 정부의 중립 시비부터 불식하라

입력 | 2022-01-04 00:00:00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비대면 온라인으로 열린 2022년 신년 인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뒤에 걸린 사진은 멸종위기 동물을 다룬 현대미술가 고상우 작가의 2019년 작품 ‘운명’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신년사에서 3·9 대선에 대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선거”라며 “적대와 증오와 분열이 아니라 국민의 희망을 담는 통합의 선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번 대선이 미래로 가는 통합의 장이 되길 바라지만, 문 대통령의 말이 다소 공허하게 들리는 까닭은 정권교체와 정권연장 등으로 국민 여론이 쫙 갈라져 있는 현실 때문이다. 집권 기간 미래와 통합과 같은 긍정의 에너지보다는 과거, 편 가르기 등 부정의 에너지가 더 위세를 떨친 탓이 크다.

통합의 선거를 강조하기에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 엄정 중립’ 의지부터 다져야 한다. 집권 세력이 정권 재창출을 바라는 것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법과 상식을 넘어서는 행동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역대 정권들도 불공정 시비나 관권선거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조심하는 태도를 보였다. 현 정권은 대놓고 온갖 정책수단을 동원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정부 여당이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1가구 1주택의 경우 보유세를 물릴 때 1년 전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게 단적인 예다. 전기료와 가스료를 1분기엔 동결했다가 대선 직후 올리기로 한 것도 속 보이는 꼼수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손실보상금 500만 원을 1월 말 선(先)지급하기로 한 것도 대선용이란 의심을 사고 있다.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선거 주무 장관 자리에 여당 중진 의원을 끝까지 앉혀 놓겠다는 것도 납득이 안 간다. 역대 정권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다. 당장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여야 대선 후보 관련 수사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주는 듯한 발언으로 야당의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대선 기간 내각에 현역 의원 장관이 6명이나 되는 것도 정상이라 할 수 없다.

선관위가 여당 공약 개발을 도운 혐의로 정부 부처 차관 2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자 문 대통령은 “청와대와 정부는 철저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했다. 헛말에 그쳐선 안 된다. 대선 주무 장관 2명만이라도 속히 사퇴시키고 차관이 장관 대행을 하도록 하는 게 최소한의 중립 의지를 내보이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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