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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풍경 그렸더니, 33년만에 친모 찾았다

입력 | 2022-01-04 03:00:00

4세때 유괴당한뒤 입양된 中남성, 학교-숲 등 고향 풍경 지도로 그려
사연 소개 영상과 함께 틱톡에 올려… 中공안, DNA 토대로 친모 찾아



1988년 네 살 때 유괴된 리징웨이 씨가 그린 중국 남부 윈난성의 고향 지도(위쪽 사진). 유괴 33년 만에 1일 중부 허난성에서 재회한 리 씨와 모친이 서로의 품에 안겨 있다. 사진 출처 웨이보


네 살 때 유괴돼 가족과 생이별한 중국 남성이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그린 고향 지도 덕분에 어머니와 33년이 지나 다시 만났다. 중국 인터넷 매체 시나닷컴 등에 따르면 37세 리징웨이(李景偉) 씨와 그의 모친은 1일 허난(河南)성 란카오(蘭考)에서 33년 만에 재회했다. 모자는 서로 보자마자 부둥켜안고 한참 동안 눈물을 쏟아냈다.

중국 남서부 윈난(雲南)성에서 살던 리 씨는 1988년 한 남성에게 납치돼 약 1800km 떨어진 중부 허난성의 낯선 가정에 입양됐다. 리 씨는 “한 대머리 남성이 날 끌고 가서 기차를 타고 이동했다”고 당시 어렴풋한 기억을 설명했다.

리 씨가 친모를 찾은 데에는 그가 직접 그려서 온라인에 올린 고향 지도가 결정적 단서가 됐다. 네 살에 불과했지만 리 씨는 자신이 살던 동네 풍경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24일 자신의 기구한 사연을 소개하는 영상과 함께 고향 마을 학교 건물과 대나무 숲, 작은 연못 등의 모양과 위치를 그려낸 지도를 중국 쇼트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올렸다. 그의 게시물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됐고 지도가 어느 마을인지 알아보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중국 공안 당국도 리 씨의 고향 마을과 부모를 찾는 작업을 거들었다. 공안은 수개월간 리 씨의 유전자(DNA) 정보를 토대로 실종 아동 가정을 수소문했다. 범위를 좁혀가던 공안은 지난해 12월 29일 마침내 리 씨와 DNA가 일치하는 친모를 찾을 수 있었다. 리 씨는 모친을 만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머니를 만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어렸을 때 유괴됐다가 성인이 된 다음에 친부모를 만나는 사례가 적잖게 생기고 있다. 지난해 7월 산둥(山東)성에서는 24년 동안 오토바이를 타고 중국 전역 약 50만 km를 헤매며 유괴된 아들을 찾아 나섰던 아버지가 결국 아들과 상봉하기도 했다. 영국 BBC는 “중국에서는 산아 제한 정책 때문에 남아 출산을 중시하고 있어서 어린이들이 납치돼 다른 가정에 팔려간다”며 “2015년 기준 한 해에 어린이 약 2만 명이 유괴됐다”고 밝혔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