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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일정 모두 취소하고 10시간 숙고… “오롯이 부족한 제 탓”

입력 | 2022-01-04 03:00:00

본격 시험대 오른 ‘尹 리더십’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가 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2년 증권·파생상품 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윤 후보 왼쪽은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 윤 후보는 이 일정을 마지막으로 공개 일정 소화를 전면 중단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3일 선거대책위원회 전면 해체 사태와 관련해 외부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10시간가량 당사에 머물며 숙고했다. 그는 이날 오후 9시경 당사를 나서며 “쇄신과 변화를 주고 새로운 마음으로 심기일전해서 선거운동을 하도록 하겠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매머드 선대위’로까지 불리던 선대위를 대선 65일을 남겨둔 시점에서 완전히 허물었다. 지난해 6월 정치 참여를 선언한 이후 최대 위기를 맞으며 윤 후보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선거 조직 수뇌부 총사퇴와 맞물려 새로 꾸려질 선대위 개편 과정에서 윤 후보의 결단에 따라 당이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도, 더 큰 내홍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 尹, 金 전격 발표에 불쾌감도 피력

국민의 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오랜 회의를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민의 힘 당사를 나서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선대위 회의가 열리기 전 비공개 회의에서 “6개 본부장 사퇴를 포함해 전체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제가) 필요한 개편을 잘할 것”이라며 선대위 전면 쇄신 의사를 전격 밝혔다. 윤 후보는 김 위원장의 발표에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가 (김 위원장에게)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윤 후보는 전날 김 위원장과 오찬 회동에 이어 추가 만남까지 이어가며 쇄신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규모나 단행 시기를 두고는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상태였다. 권성동 사무총장도 2일 윤 후보에게 본부장 일괄 사퇴 방향을 보고했으나 최종 재가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한국거래소(KRX) 개장식 행사를 끝으로 공개 일정을 중단했다. 정강정책 연설 녹화 등 이날 오후 예정된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당사로 돌아온 윤 후보는 줄곧 후보실에 머물며 숙고를 이어갔다. 점심도 김기현 원내대표와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을 통해 김 위원장과 의견을 교환하고 권 사무총장, 서범수 비서실장 등과 수습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선대위 재편이 급선무라고 보고 4일 일정도 전면 취소했다.

김 위원장은 오후 당사에서 윤 후보와 만난 직후 “윤 후보가 (개편에 대해) 특별한 답변은 없었고, ‘사전에 좀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 얘기는 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윤 후보가) 갑작스럽게 그런 얘기 들었기 때문에 좀 심정적으로 괴로운 것 같은데 오늘 지나고 나면 정상적으로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 尹 “오롯이 부족한 제 탓… 국민께 사과”

앞으로 관건은 윤 후보가 선대위 전면 해체의 위기를 얼마나 단기에, 효과적으로 풀어 나갈지다. 이날 김 위원장과의 불협화음은 불안정한 기류를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윤 후보는 검찰총장 재임 당시 여권과 맞서 싸우던 만큼의 뚝심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윤 후보는 선대위 슬림화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과 뜻이 같지만 누구와 함께할지에 대해선 아직 확정짓지 않았다”고 했다.

당내 기반이 약한 윤 후보는 그간 당 인사들을 껴안기 위해 선대위 직함을 주다 보니 선대위가 비대해진 측면은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터놓고 상의할 만한 주변 인사를 전부 배제한 채 김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는 것에는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가 김 위원장의 선대위 전면 개편 계획에 “하루 이틀 고민해보겠다”면서 결단하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다. 김 위원장이 이날 의원총회에서 “후보가 선대위에서 해주는 대로 연기만 잘하면 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에도 윤 후보는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 측은 “윤 후보의 리더십을 건드리는 근원적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선대위 인적 쇄신을 줄곧 요구해 온 이준석 대표는 윤 후보의 측근인 권 사무총장의 선대위 보직 사퇴에 이어 총장직 사퇴까지 거론하며 윤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양측이 쇄신 방안을 두고 자칫 충돌할 경우엔 선거 전략 수립 자체가 어려운 후폭풍에 빠지는 것도 배제하기 어렵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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