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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한명이 1900억원 횡령…오스템임플란트가 남긴 궁금증들

입력 | 2022-01-04 08:09:00


국내 1위 임플란트 전문기업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유례 없는 대규모 횡령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한 명의 직원이 어떻게 수천억원에 달하는 회삿돈을 빼돌릴 수 있었는 지 등 많은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이번 횡령 건으로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식 거래는 정지된 상태다. 최악의 경우인 상장폐지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자사 자금관리 직원 이모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이씨가 횡령한 자금은 1880억원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자기자본 2047억6057만원의 91.81%에 해당하는 액수다. 횡령 규모로는 상장사 역대 최대 수준이다.

오스템임플란트에 따르면 2018년 입사한 이씨는 재무관리팀장(부장)으로 일하며 출금 내역과 자금수지, 잔액 증명서 등을 위조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이씨의 단독 소행으로 보고, 횡령 사실을 확인한 직후 긴급하게 고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시가총액이 2조원을 웃돌고 코스닥 시총 2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을 만큼 우랑햔 기업에서 직원 한명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음대로 유용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지적이다.

코스닥 A기업 관계자는 “조심스러운 추측이지만 직원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면서 “상식적으로 단기간 횡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고, 다른 회사에 주식을 투자해 공시가 나올 정도로 대범하게 행동했는데 그 기간 동안 아무도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질 않는다”고 공모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다른 코스닥 B기업 자금팀 관계자 역시 “자금팀의 경우 매일 자금일보를 작성하고 통장내역을 윗선에 보고해야 하는데, 결재권자의 감시 아래 서류를 그렇게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면서 “또 별도재무제표 기준 오스템임플란트의 3분기 유동자금이 1500억원 정도를 기록 중인데 한 직원이 회사 전체 유동자금보다 더 많은 자금을 굴렸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마음만 먹으면 직원 단독으로도 범행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C기업 자금팀 관계자는 “직원이 마음먹고 서류들을 조작하면 사실 잡아내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면서 “회사 자금 담당 임원이 자금일보를 비롯해 통장내역을 매일매일 확인해야 하지만 아마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금팀 부장인 만큼 회사의 공동인증서와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를 모두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메뉴얼대로라면 자금 담당 임원이 보관하고 있어야 하지만 매번 자금이 나갈 때 마다 OTP가 오가는 번거로움 탓에 자금팀 부장인 이씨가 갖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C기업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공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건 억측이라고 본다”며 “경찰 조사에서 밝혀지겠지만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 바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는 상장사의 특성 상 직원이 공모하긴 힘들다. 최근 발생한 횡령 사건을 살펴봐도 대부분 단독 소송인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오스템임플란트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대규모 횡령 건이 발생하면서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권매매 거래를 중단했다. 거래소는 오는 24일 안으로 실질심사 대상인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관심은 거래재개 여부 및 그 시기다. 거래소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거래는 즉각 재개된다. 하지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경우엔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 대상에 오른다. 기심위는 기업들의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하는 곳으로 회사의 상황에 따라 상장폐지 혹은 개선 기간 부여를 결정한다. 개선 기간은 짧게는 6개월에서 1년 정도 주어진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에서 살펴보면 2017년 8월16일 D제약사는 자기자본 대비 5% 이상의 횡령으로 인해 거래가 중단됐으나 9월1일 한국거래소에서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관련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되면서 9월4일부터 거래가 재개됐다”며 “자기자본 대비 횡령 규모가 큰 만큼 자금 회수 가능성에 따라 실질 심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기업의 영속성, 투자자 보호 등을 감안하면 상장 폐지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