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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원 빼돌린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50대 ‘무죄’…왜?

입력 | 2022-01-04 11:44:00

© 뉴스1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현금 수거책 역할을 하며 수천만원을 빼돌린 5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김연경 부장판사)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54)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3일 낮 12시부터 7시간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은 피해자들로부터 총 4245만원을 받은 다음 이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분산 입금하는 수법으로 편취한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증거조사 결과를 보면 3급 장애인인 A씨는 사건 발생 며칠 전 휴대전화로 ‘수금사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고 사건 당일 업무를 개시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A씨는 택시기사에게 자신의 취업 조건을 자랑했다가 “보이스피싱 일을 하는 사람한테나 그런 일당을 준다”는 말을 들었고, 당일 업무를 마친 뒤 오후 9시49분쯤 스스로 112에 신고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유인 문자를 진실한 구인 문자로 믿었다는 것이 터무니 없는 변명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은 외부 상황에 대한 인식 능력과 객관적 판단 능력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이 자신의 업무가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된다고 판단한 직후 심야임에도 스스로 경찰서에 출석했다는 것은 피고인이 그 이전에는 자신의 업무가 정당한 수금업무라고 굳게 믿었음을 방증하는 사정”이라고도 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해 사기범행을 한다는 점에 대한 고의 내지 미필적 인식이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선고 배경을 밝혔다.

검찰은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한편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은 음성(Voice)과 개인정보(Private Data), 낚시(Fishing)의 합성어로, 주로 금융기관이나 유명 전자 상거래 업체를 사칭해 불법적으로 개인의 금융정보를 빼내 범죄에 사용하는 전화금융사기를 말한다.


(제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