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신장’…中 내 30여 개 대리점 머스크 “아마도 내 절반은 중국인”…이유 있는 행보?
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에서 개설된 첫 테슬라 대리점. 중국 웨이보 캡처
미국 전기차회사 테슬라가 소수민족(위구르족) 인권 탄압 의혹을 받고 있는 신장 위구르자치구에 첫 대리점을 열었다. 테슬라는 줄곧 전기차 배터리와 원자재를 중국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등 중국과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달 말 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성도인 우루무치에 테슬라센터를 개설했다.
테슬라는 지난달 31일 중국 웨이보를 통해 “2021년 마지막 날, 신장에서 만난다”며 “2022년 신장에서 전기차 여행을”이라는 예고 글을 올렸다. 테슬라는 글과 함께 해당 대리점 개설 기념 사진과 ‘테슬라♡신장’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게재했다. 이로써 테슬라는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를 합쳐 모두 30개 지역에 대리점을 확보하게 된다.
테슬라 대리점 오픈식에 대한 게시물. 중국 웨이보 캡처
다만 WSJ는 “신장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 기업에 시험대가 되고 있다”며 “신장에 들어가는 외국 기업은 자국에서의 평판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신장을 피하는 기업은 중국 당국과 소비자의 불매운동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신장 위구르자치구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위구르족 등 100만 명을 강제수용소에 가두고 강제노동을 시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3월 연례 인권보고서에서 “중국이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에 대해 지속적인 집단학살과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100만 명 이상의 중국 내 위구르족과 다른 무슬림 소수민족이 수용소에 구금됐고, 일부는 강제 노동과 고문을 당했고 강제 불임시술과 낙태시술을 강요당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2월에 열리는 중국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인권탄압에 대한 대응으로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하고, 위구르족 인권 탄압에 관여한 개인과 기업을 제재했다.
중국도 미국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맞서고 있다. 앞서 글로벌 스포츠브랜드 나이키가 중국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자 나이키 광고 모델인 배우 겸 가수 왕이보(王一博)는 나이키와 모든 협력을 중단한다고 밝혔고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불매운동이 일었다. 이로 인해 나이키는 지난해 회계 연도 4분기(3~5월) 중화권 매출이 중국 스포츠 브랜드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고, 나이키 CEO 존 도나호는 “나이키는 중국의, 중국을 위한 브랜드”라며 사과했다.
인권 탄압이라 비판한 나이키에 불매운동한 중국 네티즌의 영상. 중국 웨이보 캡처
뿐만 아니라 월마트 계열사인 샘스클럽, 글로벌 종합 반도체 회사 인텔은 신장 지역 제품을 금지시켰다가 중국 내 비판이 일자 사과하기도 했다.
머스크의 ‘중국 사랑’…‘현명한 처세’
이런 가운데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는 친중 행보를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9년 상하이 기가팩토리 착공식을 앞두고 머스크는 “중국이 시장 개방 의지를 드러냈다”며 “중국이 옳은 일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연설했다. 이에 중국 네티즌도 “최고의 CEO”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해달라” 등의 찬사를 보냈다.머스크는 같은 해 1월 중국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 4호가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하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축하한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머스크를 닮은 중국인이 화제가 되자, 머스크는 지난달 말 또다시 트위터에 “아마도 내 절반은 중국인일 것”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자신과 닮은 중국인(왼쪽)에 대해 맞장구 친 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처
일각에선 머스크의 중국 사랑은 ‘사업가로서 현명한 처세’라는 반응도 나왔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와 원자재를 중국 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또 지난해 테슬라가 만든 전기차 93만여대 중 절반가량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기도 했다. 최근엔 중국 업체가 기술 리더십을 가진 인산철(LFP) 배터리 공급망을 확대하는 중이라 한마디로 중국은 테슬라에게 ‘기회의 땅’을 의미한다.
다만 미국에선 테슬라의 친중 행보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미국 제조업연합(AAM) 회장인 스콧 폴은 “신장에서 사업을 하는 모든 회사는 신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화적 집단 학살에 가담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테슬라의 조치는 정말 비열하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9월 미국 하원 민주당이 해당 노조 소속 미국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 모회사 ‘스텔란티스’를 위한 맞춤형 세제 지원 방안을 내놓자 가입되지 않은 테슬라, 도요타, 리비안 등은 “차별하지 말라”며 반발한 바 있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