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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똥이 툭툭툭 빗소리처럼” 태화강 10만마리 떼까마귀 배설물 피해

입력 | 2022-01-04 16:27:00


31일 오후 울산 태화강 상공에서 떼까마귀가 군무를 펼치고 있다. 2020.10.31 © 뉴스1

“매일이 새똥과의 전쟁입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차량이 떼까마귀들의 배설물로 범벅이 돼 있어요.”

울산 태화강국가정원 인근 주민들이 떼까마귀 배설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들은 몽골 북부와 시베리아 등지에서 여름을 지낸 뒤 늦가을 무렵 강원도 철원을 거쳐 울산으로 남하한다.

울산 태화강대숲에는 매년 10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 10만여 마리의 떼까마귀들이 찾아온다.

떼까마귀들은 태화강대숲을 거점 삼아 이른 아침 울산 외곽지역으로 날아가 먹이 활동을 하다 해 질 무렵 태화강대숲 주위 상공으로 모여든다.

수천마리의 떼까마귀들이 아침·저녁마다 태화강대숲을 찾으면서 이 일대인 삼호동·다운동·태화동 주민들은 떼까마귀의 배설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울산지역에 겨울비가 내리며 안개가 낀 1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선바위교 주변에서 떼까마귀가 전선에 앉아 휴식하고 있다. 2021.2.1 © News1 윤


태화동 주민인 조모씨(62)는 “매년 겨울이면 동네가 온통 새똥으로 뒤범벅이 된다”며 “저녁에 거리를 걸어가다가 옷에 새똥을 맞은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생태도시도 좋고, 떼까마귀를 이용한 관광 활성화도 좋지만 원주민들이 입는 피해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화동 주민 배모씨(33)도 “아침 일찍 나갈 때는 비가 안 와도 우산을 들고 나가야 할 정도”라며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면 새똥이 툭툭툭툭 떨어지는 소리가 빗소리처럼 들린다”고 전했다.

다운동 주민 김모씨(32·여)는 “아침마다 차가 새똥으로 범벅이 되는데, 다가구주택에 살다보니 지하주차장이 없어 닦아 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 이어 “삼호동 같은 경우에는 철새 관련 시설물을 설치해주고 지원도 해주는데, 같은 피해를 입고 있는 우리 동네는 이렇다할 지원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박경흠 울산 중구의회 의원은 중구청에 대한 서면질문에서 “해마다 십리대숲을 찾는 떼까마귀들로 인해 차량 오염과 악취, 소음 등 주민 불편이 반복되고 있다”며 “국가정원과 떼까마귀는 울산과 중구의 대표적 관광 자원이지만 이로 인해 원주민들의 피해와 불편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구 관계자는 “떼까마귀 피해로 인한 주민 지원을 위해 올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 공모에 참여한다”며 “내년부터는 주택건물 등에 태양광과 태양열 등의 시설 지원이 이뤄지도록 조치하고, 울산시와도 긴밀히 협조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울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