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2022.1.3/뉴스1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서초구 자택에 머물며 핵심 참모들과 숙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당사가 아닌 광화문 개인 집무실로 출근했다. 김 위원장이 ‘총체적 쇄신’이라는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가운데, 윤 후보의 최종 결단만 남으면서 당 전체가 그의 ‘입’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당 안팎에서는 “선대위 쇄신을 서둘러야 한다”는 조바심이 나오지만, 윤 후보가 쉽게 결단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국민의힘이 내홍을 두 달 넘게 지속하는 동안, 다양한 차원의 갈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뿌리를 내렸다. 총체적 쇄신이라는 처방에는 ‘총체적 난맥상’이라는 곪은 병증이 숨어 있다. 윤 후보와 이준석 대표, 김 위원장 모두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두 사람이 상반된 전략을 쥐고 ‘벼랑 끝 갈등’을 거듭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불협화음과 적대감만 노출됐다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한 정치평론가는 “일각에서 결국 이준석 대표의 세대결합론이 옳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윤석열 후보가 페미니스트 인사까지 영입하면서 2030 지지율 이탈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라며 “국민의힘과 선대위가 품은 진짜 문제는 선거전략이 완전히 상반된 것에 있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2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기 전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뉴스1
윤 후보 역시 내홍 과정에서 ‘뒷짐’을 지는 모습으로 리더십 부족을 여러 차례 노출했다는 점에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러한 윤 후보의 문제점은 이번 김 위원장의 ‘선대위 개편 선언’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3일 윤 후보와 상의를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선대위 전면 개편 방침을 발표했는데 “누군가 저질러서라도 발동을 걸어야 했다”고 했다.
반면 이러한 김 위원장의 돌발 행동 역시 대선의 최종 책임자인 윤 후보와의 협의를 건너 뛰는 비정상적인 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다. ‘킹메이커’로 불리는 관록의 김 위원장이 정치 신인인 윤 후보와의 소통에 이 정도로 애를 먹는다는 것 자체도 좋은 징조는 아니다.
김용남 선대위 상임공보특보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종인 총괄의 쿠데타가 아니냐’는 질문에 “일응 맞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윤 후보를 향해 “연기만 해달라”고 공개 요청한 발언 역시 당의 대선 후보를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식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정무적 판단이 부족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연기만 해서 선거를 어떻게 치를지 모르겠다”고 꼬집는 등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을 싸잡아 비판하는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