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빔 형태의 가드레일이 설치돼어있는 대형마트
주차장법과 관련 시행령·시행규칙 등에 따르면 2층 이상의 건축물식 주차장에는 △2t 차량이 시속 20㎞의 주행속도로 정면충돌 때 견디는 강도의 구조물 △방호울타리(1.8m 간격으로 지지대가 있는 가드레일 또는 지름 10㎝ 이상의 파이프가 2m 이상 이어진 가드레일 등) 등의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30일 택시추락 사고가 난 부산의 한 대형마트(독자 제공)
문제는 홈플러스 연산점뿐만 아니라 국내 상당수의 대형마트가 추락방지시설을 별도로 설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연산점에서 2.5㎞ 떨어진 다른 대형마트 2층 주차장에도 방호울타리가 없었고, 인천 연수구의 한 대형마트도 지상 주차장에 별도의 추락방지시설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4층 옥상주차장 출구 램프에도 높이 1.5m, 두께 1m 정도의 콘크리트 벽만 있었고 ‘추락의 위험성이 있으니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문만 붙어 있었다. 광주 역시 대형마트 5곳 중 1곳만 방호울타리 같은 추락방지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이 때문에 차량이 돌진해 주차장 벽이 뚫리는 사고는 과거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12년 11월 부산진구 한 대형마트 5층 주차장에서 승용차가 벽을 뚫고 돌진하다 멈춰서 공중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사고도 있었다.
방호울타리를 설치하지 않은 대형마트들은 관련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강도 높은 구조물’이 설치된 것도 추락방지시설로 볼 수 있다. 벽 안에 있는 철근이 이 구조물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구조안전진단업체에 점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도 “철근과 콘크리트로 돼 있는 마트 외벽 자체가 (주차장법의) 기준을 충족하는 추락방지 구조물이라 별도의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며 “매년 합동 점검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벽이 추락방지 구조물 역할을 한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벽이 굉장히 취약했던 탓에 사고차량이 영화처럼 벽을 뚫고 멀리 떨어진 도로까지 날아들 수 있었던 것”이라며 “전국 모든 지상2층 주차장 벽 앞에는 방호울타리 같은 시설이 설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