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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선 후보를 향해 “해달라는 대로 연기만 잘하면 선거는 승리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진화 시도에도 윤 후보 측과 당내에선 비판이 터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위원장의 ‘연기’ 발언은 ‘김종인 상왕-윤 후보 꼭두각시’를 인정한 것이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 “총괄선대위원장이 후보 비하 앞장” 부글부글
김 위원장은 자신의 ‘연기’ 발언에 대해 3일 한 인터뷰에서 “연기자와 감독의 관계라고 얘기한 것이지, 특별한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일에도 “나는 ‘연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통상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내가 총괄선대위원장이 아닌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해준 대로만 연기를 해달라’고 (윤 후보에게) 부탁했다“는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윤 후보 측은 더 격앙된 기류다. 윤 후보는 자신의 동의 없이 김 위원장이 선대위 전면 쇄신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강한 불쾌감을 보였다고 한다. 한 측근은 “윤 후보의 허점을 만들어 둔 채 캠페인을 하자는 건데 김 위원장의 정무적 판단력에 의심이 간다”라며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윤 후보에 대해 ‘가만히 있으면 이길 것 같다’고 발언한 사례를 거론하며 “당 대표와 총괄선대위원장이 공교롭게 모두 후보를 허수아비라고 공공연히 말한 것 아니냐”고 했다.
반면 김재원 최고위원은 라디오에서 “선대위를 영화감독에 비유하고 후보자를 배우에 비유해서 역할 분담을 규정하는 연장선에서 이야기한 것”이라고 김 위원장을 두둔했다. 하태경 의원도 “후보가 정무적 훈련이 약해 오히려 본인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을 못 하고 있다”며 “좀 더 준비되고 정제된 발언을 하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라고 해석했다.
● 與 “尹에 정치적 사망선고”
민주당은 윤 후보의 역량 부족을 김 위원장이 인정한 셈이라며 국민의힘 내부에서 불거진 논란에 대한 공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이용호 공동선대위원장은 “김 위원장은 윤 후보를 위해 비서실장이라도 하겠다고 했는데 이 후보 측이 ‘상왕 운운’하는 것은 분란을 야기시키려는 비열한 이간책”이라며 “말꼬리 잡기식 정치공세는 즉각 멈추라”고 반박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