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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도시 부산’의 청사진, 시민들에게서 구한다

입력 | 2022-01-05 03:00:00

62개 생활권 중심 주민 의견 모아 근거리 교육-의료-문화시설 확충
인구 대비 기반시설 숫자 태부족, 노후화-지역별 편차 문제도 심각
속도에만 집착 말고 내실 기해야



박형준 부산시장(왼쪽)이 지난해 11월 부산 동구를 찾아 초량생태하천의 친수공간 조성 등 지역 맞춤형 ‘15분 도시’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시민들이 원하는 부산시의 ‘15분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15분 도시’란 스마트·탄소중립 도시와 함께 추진되는 것으로 시민 누구나 교육·의료·공원·문화시설 등을 15분 내에 이용할 수 있도록 교통 등 기반시설을 마련하는 개념이다. 15분 도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각종 기반시설을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하지만, 한편에서는 속도에 너무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부산시는 15분 도시 조성을 위한 시민 정책을 공모한다고 4일 밝혔다. 이번 공모는 15분 생활권, 디지털 스마트, 그린 인프라 등 3개 분야에서 근린·복합생활권 2개 유형 16개 사업을 발굴하는 게 목적이다. 시와 구군 예산 등 총 1240억 원이 투입된다.

분야별 사업은 문화·체육·복지·보행환경 개선 등 생활편의시설 확충을 비롯해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생활안전서비스 체계 구축, 스마트 모빌리티 플랫폼 조성, 녹지공간 조성 및 환경기초시설의 다기능화, 물순환 체계 구축 사업 등이다. 시는 4월까지 16개 구군을 통해 받은 제안을 대상으로 현장 시찰과 민간 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종 사업으로 선정한다.

부산시 지윤성 생활권계획팀장은 “종전에는 각 기초단체의 숙원 사업을 위주로 선별했지만 이번에는 부산 62개 생활권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가장 요구하는 사업 위주로 정책을 선정한다”며 “주민협의체, 현장설명회 등을 통해 주민 수요를 꼼꼼히 파악하고 창의적인 의견을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난관도 많다. 부산연구원이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부산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사회·문화 기반시설 관련 숫자가 대부분 최하위 수준이다. 인구 10만 명당 체육시설은 16위, 노인·여가·복지·보육시설은 15위, 도시공원 조성 면적은 11위에 불과하다. 문화 기반 시설의 경우 연제구는 10만 명당 1.9개에 불과한 반면 중구는 16.7개가 있는 등 지역별 격차도 크다.

시설 노후화도 심각하다. 공공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시설 111곳 가운데 30년 이상 지난 시설은 22곳이다. 부산시민회관은 완공한 지 48년이 지났고, 구덕도서관과 반송도서관은 43년이나 됐다. 체육시설 역시 22곳 가운데 10곳이 30년 이상 지났다. 양혁준 부산연구원 투자분석위원은 “15분 도시 실현과 인구구조, 경제수준 변화에 따라 교육·문화·복지·체육시설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이 필요하다”며 “시의 민간투자사업도 대규모 시설 위주에서 벗어나 생활 SOC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 등 고려할 점이 많다는 의견도 있다. 경성대 강동진 도시공학과 교수는 “시민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한 정책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청년 유입 등으로 ‘15분 도시’에서 활발하게 생활할 시민들이 많아야 성공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오히려 선진국에선 스마트 기술 등을 활용한 ‘느린 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빠른 속도에만 치우치지 말고 환경, 복지 등 시민 행복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내실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5분 도시’ 정책은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 내세운 핵심 공약 중 하나다. 그는 지난해 5월 정책 비전 선포식을 가진 뒤 12월까지 부산 16개 구군을 모두 방문해 지역별 중점 정책을 주민들에게 설명했다. 박 시장은 “청년일자리 창출, 기업 투자 유치 등을 통해 15분 도시 건설이 탄력을 받고 있다”며 “새해에도 시민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균형도시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민과 소통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