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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Case Study]‘관계’ 아닌 ‘재미’에 집중… 월 10억명 MZ세대 놀이터

입력 | 2022-01-05 03:00:00

‘밈’과 ‘챌린지’ 앞세운 틱톡의 성장 전략



틱톡은 다양한 챌린지를 바탕으로 사용자들을 콘텐츠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끌어들였다. 그 결과 월 사용자 10억 명을 자랑하는 글로벌 쇼트폼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지난해 국내 틱톡 사용자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았던 오징어게임, 제로투, 아리가또냥 챌린지(왼쪽 사진부터). 틱톡 제공


2021년 하반기 가장 인기를 끈 키워드는 ‘스우파(스트릿우먼파이터)’와 ‘오징어게임’이었다. 음악 전문 방송 Mnet이 지난해 8월 선보인 ‘스트릿우먼파이터’는 약 두 달간의 방송 기간 동안 다양한 화젯거리를 만들어내며 비인기 장르였던 스트리트 댄스를 대세의 반열에 올려놨다. 그런가 하면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를 통해 지난해 9월 개봉한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놀이 문화 열풍을 불러왔다. 스우파와 오징어게임의 인기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가진 경쟁력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이 두 프로그램의 장면을 재미있게 재현한 틱톡의 ‘밈(meme)’과 ‘챌린지’가 없었다면 과연 이 콘텐츠들이 이만큼의 파급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유튜브의 쇼츠, 인스타그램의 릴스 등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과열되는 시장 환경과 개인정보 유출 문제, 미국 시장 퇴출 위기 등 리스크를 뚫고 틱톡이 꾸준한 저력을 보여주는 비결은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1년 12월 2호(335호)에 실린 틱톡의 성장 전략을 요약해 소개한다.

○ 재미에만 집중한 플랫폼
틱톡에서 스트릿우먼파이터와 오징어게임은 다양한 콘텐츠로 재탄생했다. 틱톡에 오징어게임의 영어 제목인 ‘squidgame’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올라온 영상의 총 조회 수가 680억 회를 넘어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스트릿우먼파이터의 글로벌 인기를 견인한 ‘헤이마마(heymama) 챌린지’의 경우 ‘heymama’ 해시태그 조회 수가 1월 초 기준 3억5000만 회에 육박하고 있다. 이처럼 틱톡은 플랫폼 사용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밈’과 ‘챌린지’를 바탕으로 2021년 처음으로 월 이용자 10억 명을 넘어서며 명실상부한 쇼트폼 플랫폼 1인자로 자리매김했다.

틱톡이 여타 소셜 플랫폼과 다른 점은 관계가 아닌 재미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소셜미디어는 ‘관계 맺기’에 집중했다. 지금은 메타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은 모두 지인 및 타인과의 관계를 관리하고 이어나가는 ‘네트워킹’에 집중한 소셜미디어였다. 이 같은 소셜미디어 트렌드를 바꾼 것이 틱톡이다. 틱톡은 기존 소셜미디어와는 달리 친구의 틀을 벗어나 ‘재미’라는 가치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이 같은 특징은 소셜미디어상에서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데서 오는 부담을 없애고 콘텐츠 자체만을 오롯이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특히 틱톡은 밈과 챌린지를 앞세워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는 능동적인 기능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자발적으로 이용자들을 틱톡 생태계에 초대했다.

○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틱톡은 다른 동영상 플랫폼들에 비해 일반인 크리에이터들의 성공 사례가 많은 편이다. 15초 남짓으로 동영상 길이가 짧고 스마트폰만으로 쉽게 제작을 할 수 있어 콘텐츠를 생산하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덕분에 틱톡 크리에이터 대다수는 별도의 편집자 없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혼자 동영상을 찍고 직접 편집도 한다. 일반인 크리에이터 가운데 성공 사례로는 원정맨, 창하, 온오빠 등이 꼽힌다. 특히 방탄소년단에 이어 국내에서 가장 많은 3730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원정맨(@ox_zung)은 대학생 시절 틱톡 계정을 개설한 지 7개월 만에 2000만 팔로어를 모으며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틱톡 대표 크리에이터 중 한 명이 됐다. 팔로어 수 기준으로는 블랙핑크(2780만 명)를 넘어설 정도다. 그는 다른 사용자의 영상을 활용하는 틱톡 기능인 ‘이어 찍기’를 사용해 창의적인 콘텐츠를 선보이며 인기를 얻었다.

○ 다양한 산업 트렌드를 바꾸다
틱톡은 밈과 챌린지를 앞세워 다양한 분야에서 업계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틱톡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단연 엔터테인먼트, 그중에서도 K팝으로 대표되는 음악 산업이다. 국내에서 틱톡이 큰 주목을 받게 된 시초인 지코의 ‘아무 노래 챌린지’ 이후 가수들은 신곡을 발표할 때 틱톡 챌린지 영상을 만드는 것을 하나의 관례처럼 여기게 됐다. 또한 발매 후 주목받지 못하다가 틱톡의 배경음악으로 쓰이면서 이른바 ‘역주행’을 하는 사례들도 다수 나타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틱톡은 패션 업계에서도 주목하는 플랫폼으로 꼽힌다. 실제 틱톡에서 화제가 되거나 유명 크리에이터가 입은 옷이 유행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패션 업계도 틱톡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버버리는 누구나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손동작으로 새 로고 모양을 연출하는 ‘#tbchallenge’를 만들어 브랜드 홍보에 활용했다. 프라다는 틱톡 인플루언서 찰리 다멜리오를 패션쇼에 초청해 자유롭게 영상을 촬영하게 하면서 이를 홍보에 이용하기도 했다. 이 동영상은 80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와 900만 개의 좋아요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기업들도 틱톡을 마케팅 채널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두 차례 글로벌 고객 대상 틱톡 챌린지를 진행했다. 2월에 진행한 #Videosnapchallenge(비디오스냅챌린지)는 9일간 150억 이상의 비디오 뷰를 기록했고, 5월에는 우리나라 어버이날과 같은 ‘마더스데이’를 기념하는 #MakeMomEpic(엄마를영웅으로만들자) 캠페인으로 약 120억 뷰를 달성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광고 모델인 방탄소년단과 함께 ‘포지티브 에너지 챌린지(Positive Energy Challenge)’를 진행해 91만 건 이상의 콘텐츠 생성, 20억 조회 수, 2억8000만여 건의 좋아요 및 댓글 공유를 달성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