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연구팀, 음주-멘토링 효과 분석
개인의 음주 습관은 회사가 통제할 수 없는 사적 영역이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들은 음주 습관이 개인의 건강과 일상생활은 물론 회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음은 결근과 비윤리적인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회식 중 또는 이후 일어난 사고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판결도 나왔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음주, 회식 문화를 가진 중국의 연구팀은 이와 비슷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해 상사의 음주 습관이 부하 직원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실제 기업 멘토링(경험이 많은 선배가 후배에게 제공하는 인재 육성 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멘토-멘티 210쌍을 연구한 결과 멘토의 음주 습관이 멘토링 관계와 효과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먼저 멘토의 음주 습관은 멘토링을 받는 멘티가 멘토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멘토가 술자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멘티는 음주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술자리에서의 위계 관계 경험으로 멘토를 자신의 롤모델이나 미래상으로 여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중국의 유교문화를 고려해 만약 부하직원, 즉 멘티가 위계질서에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이라면 멘토와의 관계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예상대로 문화적 전통을 중시하는 멘티들은 멘토의 음주 습관에 대해 관대했다. 즉, 그들에게 있어 멘토의 음주 습관은 멘토링 관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연구 결과 위계질서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부하 직원들은 상사의 음주 습관과 술자리를 상대적으로 싫어하고 결국 멘토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은 멘토의 특정 행동 규범, 즉 음주 습관이 멘토링의 효과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혔다. 어떻게 멘토-멘티를 매칭시키고 또 어떤 멘토를 선발해야 하는지, 멘토로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세부 지침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타 부서 직원들을 서로 멘토-멘티로 연결해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둘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위해 회식비를 제공하곤 한다. 그리고 이는 음주로 연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HR 담당자들은 결과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이 음주를 장려하게 됨으로써 기대 효과를 저해하고 있진 않은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박종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앨투나캠퍼스 조교수 pvj5055@psu.edu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