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거래 주가 182달러로 상승… 시총, 삼성전자 7.7배-한국 GDP 2배 ‘2조달러’ 16개월 만에 대기록, 코로나 수혜로 아이폰 승승장구 바이든 빅테크 규제 강화가 변수
“빌, 고맙소. 세상은 더 나은 곳이군요.”
1997년 8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2011)는 괴로웠다. 제품의 기술력은 인정받았지만 비싸다는 이유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주가 역시 채 1달러가 되지 않았다. 궁지에 몰린 잡스는 자존심을 접고 경쟁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게이츠가 1억5000만 달러의 투자를 결정했고 애플은 기사회생했다. 이때만 해도 애플이 25년 만에 ‘주식회사 미국’의 간판 기업이자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3조 달러(약 3600조 원)를 넘는 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 시가총액, GDP 세계 5위 영국보다 많아
올해 미국 증시의 첫 거래일인 3일(현지 시간) 애플의 시가총액이 장중 3조 달러를 돌파했다. 이날 나스닥 시장에서 애플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5% 오른 182.01달러에 마쳤다. 장중 한때 182.88달러까지 올라 시가총액이 3조 달러를 넘어섰으나 종가로는 다시 3조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1976년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공동 창업한 애플은 1980년 상장했다. 이후 여러 굴곡을 겪으면서 20여 년간 주가 또한 이렇다 할 상승세를 보이지 않았다. 반전의 계기는 2000년대 중반 출시한 스마트폰 ‘아이폰’이었다. 아이폰 시리즈가 전 세계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리면서 주가도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이에 설립 42년 만인 2018년 8월 1조 달러를 넘어섰고 2020년 8월 미 상장 기업 최초로 2조 달러 벽을 깼다. 약 16개월 만인 이날 3조 달러 고지까지 넘어섰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MS(2조5100억 달러),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1조9300억 달러), 아마존(1조7300억 달러), 테슬라(1조2000억 달러) 등 경쟁 빅테크 기업을 제치고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 팬데믹 수혜 입고 질주
애플의 질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수혜를 본 덕이 크다. 비대면 기술이 발전하면서 스마트폰 의존도가 더 커졌고 주가 역시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아이폰에 안주하지 않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 클라우드 서비스 ‘아이클라우드’, 음악 서비스 애플뮤직, 스마트워치 ‘애플워치’, 무선 이어폰 ‘에어팟’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 것도 호평을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 등 새로운 시장을 계속 개척하는 가운데 아이폰 등 기존 베스트셀러 제품 또한 지속적으로 출시할 것이란 확신을 투자자에게 줬다고 분석했다. 수익성도 독보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약 2억3300만 대로 삼성(약 2억7000만 대)보다 적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말 기준 세계 스마트폰 판매 영업이익 중 75%를 차지해 삼성(13%)을 압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