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김종인 “尹 연기만 잘하면 승리” 국민이 바보로 보이나

입력 | 2022-01-05 00:00:00

일정을 잠정 중단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회의를 마친 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내가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태도를 바꿔 우리가 해준 대로만 연기를 좀 해 달라”고 했다는 발언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그제 의원총회에서 “선대위가 해달라는 대로 연기만 잘하면 선거는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선대위 전면 쇄신과 김 위원장 사퇴 여부까지 맞물려 국민의힘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대선 후보와 선대위원장은) 연기자와 감독의 관계라는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엎질러진 물이다. 당내에선 “얼마나 후보를 깔보고 하는 소린가” 등 비판이 쏟아졌다. 윤 후보는 결국 허수아비 후보, 껍데기 후보라는 것임을 자인한 것이라는 민주당 공세도 불을 뿜고 있다.

대선 후보는 연기만 잘하라는 김 위원장의 인식은 국민을 우롱하고 모독하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국가 미래를 책임질 최고 지도자를 뽑는 대선인 만큼 유권자들은 각 후보의 실체적 리더십, 국정 운영 비전을 정확히 알고 검증해야 한다. 선대위 각본대로 움직이는 연기자를 뽑는 게 아니다. 정정당당하지 못할뿐더러 사실상 국민의 눈을 속이자는 말밖엔 안 된다.

물론 현재의 위기 상황은 윤 후보 말대로 오롯이 후보의 탓이고 잘못이다. 부인의 경력 허위 기재나 부풀리기 논란을 단호히 처리하지 못해 지지층의 실망을 불렀다. “정말 같잖다” “미친 사람들 아니냐” 등 험한 발언으로 우려를 자아냈다. 이런 리스크는 분명히 줄여야 한다. 그렇다고 선대위가 써준 대로 읽고, 가라는 대로 가는 게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선거에 임박할수록 후보 간 경쟁력 대결이 부각된다. 배우 노릇으로 국민 지지를 어찌 확보할 수 있겠나. 그런데도 김 위원장은 ‘연기’ 발언 파문에 대해 별것 아니라는 투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본선 무대에 오른 만큼 윤 후보는 더 이상 정치 신인이라 할 수 없다. 듣기 싫은 직언을 멀리한 것은 아닌지, 검사 마인드에서 여전히 탈피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다만 대선 후보 선출 후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김 위원장과의 신경전, 이준석 대표와의 파워게임에 휘말려 지난 두 달을 허송하고 대선 후보 행보에 발목이 잡힌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갈등은 인내의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후보뿐 아니라 김 위원장의 책임도 크다. 이 대표도 당 안팎에서 ‘젊은 꼰대’ 비판이 커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윤 후보는 속히 선대위 혼돈 사태를 매듭지어야 한다. 이번에 확실한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면 국정 운영 역량에 대한 의구심도 커질 것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