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겨울올림픽 D-30] 매스스타트 메달 도전하는 김보름
“이제야 비로소 스케이트가 예뻐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예전에는 스케이트를 생각하면 그저 힘들기만 했거든요. 때론 너무 싫었던 적도 있었고…. 그런데 이제는 스케이트를 즐겁게 타는 것 같아요. 스케이트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거죠.”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쇼트트랙으로 스케이트를 시작했다. 18년 동안 그와 함께해온 스케이트는 때론 뜨거운 환희를, 때론 차가운 시련을 안겨주었다. 그럼에도 빙판 위의 고독한 싸움을 포기하지 않은 건 스케이트를 신은 모습이 가장 자기답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 그는 “서른이 되면 고민이 많아진다는데 나는 여전히 선수로서 ‘어떻게 하면 더 스케이트를 잘 탈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할 정도다.
○ 자신의 의지 깨닫게 된 ‘평창의 눈물’
3일 경기 남양주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보름이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으며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위쪽 사진). 아래쪽 사진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매스스타트에서 2위를 차지한 뒤 태극기를 빙판에 내려놓고 관중을 향해 큰절을 하고 있는 김보름. 남양주=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강릉=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정신적 충격으로 여전히 정신건강의학과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는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힘들었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이어 “나를 믿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큰 힘이 됐다. 선수로서 나 자신의 의지와 목표 의식을 깨달으며 한층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오른팔에 새긴 ‘주저앉는 것은 다시 일어서기 위함이다’는 뜻의 라틴어 문신처럼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 ‘베이징의 웃음’ 꿈꾸는 보름
올림픽을 대비해 막판 담금질 중인 그의 고민은 실전감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020∼2021시즌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해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져있다. 각자의 레인에서 달리는 다른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10여 명의 선수가 함께 400m 트랙 16바퀴를 도는 매스스타트는 경쟁 선수들의 경기 운영에 큰 영향을 받는다. 세계 랭킹 8위인 그는 이번 시즌 세 차례 월드컵 경기에서 한 번도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1차 대회에서 가장 좋은 6위의 성적을 거뒀던 그는 “지난 시즌을 소화한 유럽, 북미 선수들이 확실히 감각이 좋았다. 내가 스퍼트를 내기 좋아하는 구간에서 다른 선수들의 견제도 심했다”고 말했다. 여러 선수가 함께 경기를 하는 매스스타트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다. 그는 2019∼2020시즌에도 월드컵에서 노메달로 부진하다 세계선수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이라 곡선 주행과 막판 스퍼트가 강해 메달 획득 가능성은 언제나 유효하다.
남양주=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