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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마을 만들어 남북 어린이 예술교육이 꿈”

입력 | 2022-01-05 03:00:00

‘오르페오 음악박물관’ 신재현 관장
악기-부품 5800여점, 악보 등 소장
평화 기원 담긴 ‘하프 기타’ 애장 1호



오르페오 음악박물관의 신재현 관장은 “언젠가 남북의 어린이들이 만날 때 음악 얘기를 함께 꽃피울 수 있는 박물관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성남=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경기 성남시 분당구 미금일로 상가 대로변. 지하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신세계가 펼쳐졌다. 벽면마다 가득한 류트 리코더 오보에 트럼펫 등 각종 악기와 양피지에 채색한 네우마(중세 악보), 첼로 엔드핀(연주 시 악기를 바닥에 고정시키는 도구)을 비롯한 각종 악기 부속들이 시야 가득히 몰려왔다. 악기 800여 점과 악기 부품 5000여 점, 악보 등 각종 문헌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오르페오 음악박물관이다. 악기 사이를 뚫고 나타난 신재현 관장(54)이 환한 웃음을 건넸다.

신 관장은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다. 교통사고로 죽을 위기를 넘긴 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겠다’며 음악 유학을 떠났다. 헝가리 코다이 음악원에서 합창지휘와 음악교습을 배우고 2002년 귀국했다. 헝가리에서 알게 된 유럽 지인들과 인터넷 경매를 통해 본격적인 악기 수집을 시작했다. 그동안 모은 악기로 2017년 지금의 자리에 박물관을 열었다. 오카리나와 트리올레(세줄 우쿨렐레)를 제작하는 교육용 악기 업체 ‘초담예교’를 운영하며 재원을 마련해 왔다.

“소장품 가격요? 거의 경매로 구한 것들이고, 그때그때 가격은 달라지니 어림하기가 힘듭니다.”

특별히 의미 깊은 악기를 물어보니 그는 1917년 제작된 ‘하프 기타’를 가리켰다. 독일어로 ‘전쟁을 회상하며 평화를 기원하다, 1914∼1917’이라고 쓰여 있다. 현대 기타와 르네상스 시대의 ‘테오르보’를 합친 모양의 이 희귀한 악기는 인터넷 경매로 구했다. 5000달러에서 경매가 시작되었고 58명이 참여해 신 관장이 약 2만 달러에 낙찰 받았다. 특별히 공들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북한과 가까운 파주에 음악박물관 마을을 이루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오르간, 기타, 플루트 등을 전문으로 모으는 악기 수집가들이 참여할 뜻을 밝히고 있습니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남북의 아이들이 예술 교육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자리가 되겠죠. 그곳에서 전쟁과 평화의 의미를 설명하기 딱 좋겠다는 뜻에서 이 악기는 꼭 사고 싶었습니다.”

‘도시 속의 악기박물관’으로 입소문이 난 오르페오 음악박물관은 2019년 성남시티투어 ‘도시락(樂)버스’ 6개 코스에 포함되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첼리스트 송희송 마스터클래스, 오르페오 첼로 앙상블 연주회 등 부대행사를 포함한 시대별 첼로 전시회를 한 달 동안 열었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도시락버스는 중단된 상태. 금, 토요일만 전화 예약을 통해 방문객을 받고 있다.

성남=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