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단편소설집을 펴내는 김훈(왼쪽), 우화 장편소설 ‘별찌에게’로 돌아오는 황석영.
지난해 한국 문단은 20, 30대 여성 작가 전성시대였다. 장편소설 ‘밝은 밤’(문학동네)의 최은영(38),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창비)의 장류진(36),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자이언트북스) ‘행성어 서점’(마음산책)의 김초엽(29)까지. 여성 작가들은 독자와 문단의 호평을 모두 사로 잡았다. 하지만 올해는 40대 이상 중년 작가들이 신작을 들고 속속 돌아온다. 그것도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스타 작가’다.
● 중년 남성 작가들이 돌아온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남성 작가들의 귀환이다. 문장의 대가 김훈(74)은 올 상반기 문학동네에서 단편소설집을 펴낸다. 2013년부터 9년간 써온 단편들을 엮는다. 단편소설집으론 ‘강산무진’(2006·문학동네) 이후 16년 만이다. ‘칼의 노래’(2001·문학동네) ‘남한산성’(2007·학고재) 등의 역사 장편소설로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한 그인 만큼 서점가의 기대도 크다.문학계의 거장 황석영(79)은 올 상반기 우화 장편소설 ‘별찌에게’(가제·창비)로 돌아온다. 이 작품은 창비의 온라인 연재 플랫폼 스위치를 통해 연재됐다.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이 숲 속 식물 동물과 사귀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팬데믹 시대를 배경으로 생명과 생존의 본질을 우화로 전한다.
독서 에세이를 펴내는 김연수(왼쪽), 장편소설 ‘빅 아이’(가제)로 돌아오는 김언수.
서정적인 문체로 유명한 김연수(52)는 올 상반기 문학동네에서 독서 에세이를 펴낸다. 김연수가 특별히 아끼는 문학작품을 골라 자신이 어떻게 이 작품을 읽었는지 솔직한 감정을 담았다. 장편소설 ‘설계자들’(문학동네·2019)이 2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며 해외에서도 사랑받았던 김언수(50)는 올 상반기 장편소설 ‘빅 아이’(가제·문학동네)로 돌아온다. 김언수는 원양어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이 담긴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직접 6개월간 원양어선을 탔다.
지난해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이승우(63)는 지방선거 불법 개입으로 한국을 떠나게 된 남자가 등장하는 장편소설 ‘이국에서’(가제·은행나무)로 돌아온다. 백가흠(48)은 살인사건을 다룬 장편소설 ‘아콰마린’(가제·은행나무)을 펴낸다.
● 여성·노벨문학상 작품도 탄탄
여성 작가들의 신작도 탄탄하다. 은희경(63)은 이달 중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중·단편 4편을 수록한 연작소설집 ‘장미의 이름은 장미’(가제·문학동네)를 선보인다. 김애란(41)은 올 하반기 장편소설(제목 미정·문학동네)로 돌아올 예정이다.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민음사)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조남주는 아파트를 둘러싼 사람들의 욕망과 이기심을 다룬 연작소설집 ‘서영동 이야기’(한겨레출판)를 이달 내놓는다.해외 작가들의 작품도 주목할만하다. 먼저 지난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아프리카 탄자니아 난민 출신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4)의 작품이 국내에 첫 선을 보인다. 올 상반기 탄자니아의 가상 마을 카와를 배경으로 12세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장편소설 ‘낙원’을 시작으로 장편소설 ‘바닷가에서’ ‘그 후의 삶’ ‘야반도주’가 연달아 문학동네에서 출간된다. 200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70)의 역사 장편소설 ‘페스트의 밤’(민음사), 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60)의 에세이 ‘다정한 서술자’(민음사)도 출간 예정이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