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지난 1일 월북한 탈북민 A씨가 간첩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A씨 월북 경로를 보면 의심스러운 대목이 여럿 있다.
군 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A씨가 군사분계선을 넘어간 직후에 북한군과 접촉한 것은 아니라며 간첩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일 새벽 0시43분께 열상감시장비에 서북 방향으로 이동하는 미상인원 4명의 모습이 열상감시장비에 관측됐고, 이들 4명이 이동한 동일 지점에 약 4분 후 동북 방향으로 이동하는 월북자를 재식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히 접촉 여부를 근거로 A씨가 간첩이 아니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A씨가 월북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는 전문적인 훈련의 결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A씨는 1일 낮 12시50분께 민간인 통제선 초소를 통과하다 경고 방송을 듣자 마을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방송이 끝나고 감시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한 A씨는 폐쇄회로 카메라(CCTV)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택해 재차 북상했다.
A씨가 이중 철책을 넘는 장면 역시 의문투성이다. A씨는 2020년 11월 귀순할 당시에도 체조 선수로 추정될 만큼 놀라운 운동신경으로 철책을 넘었다. 당시에는 경고음도 울리지 않았다. 이후 A씨는 미확인 지뢰 지대를 누비며 밤새 한국군을 따돌렸었다.
이번에는 경고음이 울리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A씨는 다시 한 번 한국 군인들을 쉽게 따돌렸다. 경고음이 울리고 초동조치반이 도착할 때까지 몇 분 만에 A씨는 철책 2개를 다 넘고 현장에서 벗어났다. 많은 눈이 내려 발자국이 남기 쉬운 상황임에도 A씨는 철책을 모두 넘은 뒤에야 일부 발자국을 남겼을 뿐 단서를 최소화했다.
9시17분 한국군 열상감시장비에 처음 발각된 후 A씨의 동선은 더 놀랍다. A씨는 갑자기 우리측 철책 쪽으로 이동하며 한국군을 교란했다. A씨의 움직임에 귀순자로 오인한 해당 군부대는 A씨가 귀순 의사를 밝히기를 기다리는 데 주력했다. 군을 안심시킨 A씨는 돌연 방향을 돌려 군사분계선으로 향했고 결국 10시49분께 북측으로 넘어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