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가 5일 동부전선 최전방 지역에서 발생한 탈북민 김모 씨 월북사건에 관한 군 당국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민간인출입통제선 인근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 찍힌 김 씨의 모습을 공개했다. 뉴스1
탈북민 김모 씨가 지난 1일 강원도 동부전선 지역에서 우리 군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다섯 차례나 포착됐음에도 감시경계 병력이 이를 모두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합동참모본부가 5일 발표한 월북상황 관련 현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탈북민 김 씨가 ‘월북 루트’로 택한 강원도 고성 지역 육군 제22보병사단 관할 구역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1일 낮 12시 51분이다.
당시 군은 김 씨가 민간인출입통제선 이남에서 민통초소 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CCTV 카메라로 확인한 후 경고 방송을 했고, 김 씨는 곧바로 인근 마을 쪽으로 되돌아갔다. CCTV 촬영 반경에서 벗어난 김 씨는 이후 다시 북서쪽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김 씨가 월책하는 장면은 GOP 내 감시카메라 3대에 총 다섯 차례 포착된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은 “GOP 감시병이 당시 CCTV 카메라에 식별된 물체가 매우 흐릿한데다 감시카메라의 사각지대 발생 등의 문제로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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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이후 녹화영상을 되돌려 보기도 했지만 저장 서버에 입력된 시간과 실제 촬영 시간에 차이가 있어 월책하는 장면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특이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해당 대대 지휘통제실장은 자체적으로 상황을 종료한 뒤 상급부대와 대대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감시카메라 등을 관리하는 메인 서버와 영상 저장 서버의 시계를 하루 두 차례 동기화해야 하는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대대 지통실장도 철책에서 경보음이 울렸을 땐 대대장과 상급 부대에 보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오후 10시 49분경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으로 갔다. 군이 북한 쪽에 있는 김 씨의 모습을 최종적으로 관측한 것은 2일 새벽 0시 48분이다.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인원 4명이 이동하는 모습이 우리 군 TOD에 포착돼 ‘김 씨를 데리러 나온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합참은 “시간 간격과 이동 방향을 고려할 때 월북자와는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합참 작전본부장 전동진 육군 중장이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지난 1일 동부전선 최전방 지역에서 발생한 탈북민 김모 씨 월북사건에 관한 초동 조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군 당국은 경계태세에 허점이 있었음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원인철 합동참모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군사 대비 태세 경계 작전을 책임지는 합참의장으로서 이런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모든 노력을 해나가도록 약속하겠다”고 밝혔다.
합참은 6일 합참의장 주재로 긴급 작전지휘관회의를 열어 이번 사건 조사결과를 공유한 뒤 각 군단장 책임하에 경계작전부대 임무수행 능력 향상을 위한 특별기간을 운영할 예정이다. 또 2월부턴 합참 차원에서 경계작전부대 임무수행 실태에 대한 현장점검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