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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는 ‘비버 포화상태’…기후변화 효과 가속화

입력 | 2022-01-05 17:05:00

비버 5만~10만 마리, 알래스카 북서 지역 서식
비버가 만든 웅덩이…기후변화 가속화



북미 비버. ⓒGettyImagesBank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기온이 치솟으면서 비버들이 50년 전에는 살 수 없었던 알래스카 지역 곳곳에 출몰한 사실이 알려져 비상이 걸렸다. 비버의 출몰은 기후변화 효과를 가속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알래스카 내 비버의 확산에 대해 연구 중인 과학자들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극 동토대(툰드라)의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비버들이 예전에는 살 수 없었던 북극 최북단까지 등장했다며 4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이번 연구를 공동 집필한 켄 케이프 알래스카대 생태학자는 “50년 전 알래스카의 일부 지역엔 비버의 흔적이 아예 없었지만 현재 비버로 포화상태”라며 “나머지 북극 지역으로도 비버가 향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 기후) 변화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극지비버관측네트워크와 연계된 국제 연구진이 1949년까지의 항공사진이나 위성이미지 등 각종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버가 극지방에서 강과 개울을 막아 만든 연못은 1만2000여 개에 불과했지만 지난 20년간 2배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알래스카의 북부와 서부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비버는 5만∼10만 마리로 추정된다.

강과 개울을 막는 습성을 지닌 비버들로 인해 강의 범람이 잦아지면서 알래스카 원주민 공동체에선 수질과 댐 하류 물고기 등에 주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나뭇가지 등으로 서식지를 만드는 북미 비버. ⓒGettyImagesBank


과학자들은 비버의 이동 원인에 대해선 ‘지구온난화’를 꼽았다. 겨울잠을 자지 않는 비버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겨울이 더 짧아지고, 식물 섭취가 더 용이해짐에 따라 북극 최북단까지 출몰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학자들은 비버의 이동에 따른 ‘기후 변화 가속화’를 우려했다. 테이프 교수는 “비버에 의해 만들어진 웅덩이들은 열을 더 잘 흡수해 일대의 수문 지형을 변화시키고, 동토층의 해빙으로 이어진다”며 “비버가 기후 변화의 효과를 가속화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날로 심각해져 간다. 지난달 북극 최북단 라플란드의 기온이 섭씨 19.3도를 기록하면서 1844년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지난달 21일(현지 시간) 영국 더미러는 평소 하절기 동안 영하 50도까지 내려갔던 라플란드 기온이 영하 20도~0도를 웃돌면서 눈이 아닌 비가 내려 ‘겨울의 동물’인 순록이 곤경에 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