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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 들어간 이준석…재선의원들은 ‘대표 사퇴 결의’

입력 | 2022-01-05 17:21:00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취재진에게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대위 쇄신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자신을 향한 퇴진 요구에 대해 5일 “자진사퇴는 전혀 고려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윤석열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해체 등에 대한 책임론이 일며 전방위에서 사퇴 압박이 고조되고 있지만 이 대표가 ‘버티기’에 들어가며 갈등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 윤석열 “대표의 거취는 내 소관 밖”
이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라며 “당내에서 대표를 고립시키려는 시도가 있더라도 버틸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CBS 인터뷰에서도 “(당) 안에서 있었던 일을 다 이야기하면 아마 책이 나올 것”이라며 “당내 권력투쟁과 지지율 하락 등의 희생양을 찾고 있다는 거냐”라는 질문에 “그렇겠죠”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SNS를 통한 잦은 의견표명을 향한 비판에 대해선 “당대표가 나가서 말 하는데 있어 누가 지금 제약을 겁니까? 본인들이 뭔데, 거기서?”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오늘도 다들 앉아서 어떻게 이준석에게 뒤집어씌울까 고민만 하고 있을 것”이라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윤 후보는 이 대표에게 사실상 거리를 두는 모습을 이어갔다. 그는 이날 오전 11시 선대위 개편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이 대표의 거취 문제는 제 소관 밖의 사항”이라며 “중앙선거대책본부에 직책이 있어야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공개 행보를 시작한 윤 후보가 이 대표가 참석하기로 예정됐던 중기중앙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기로 하자, 이 대표가 기존의 일정을 바꿔 전격 불참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대표 측에서는 “윤 후보가 주목받을 수 있도록 조율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양측이 만나는 상황을 피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재선의원들은 ‘이준석 사퇴 결의’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하루종일 ‘대표 사퇴론’이 공개적으로 터져나왔다. 재선의원들은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기로 내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선의원은 “대선을 앞둔 때 당대표의 내부총질을 더 용인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초선 의원들 역시 이날 오후 별도로 모여 “당 분열을 야기하는 것은 명백한 해당(害黨)행위”라며 이 대표를 압박했다.

일각에서는 당 대표를 고립시켜 ‘식물 당대표’를 만들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제기된다. 선대위 상임공보특보로 활동한 김경진 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최고위원들이 사임하면 최고위원회의 의결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며 “당 대표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대부분 최고위 결의를 통해 이뤄진다. 최고위 결의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상 식물 당대표로 갈 수는 있지 않느냐는 분석이 있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두고 더 이상 당 수뇌부 간에 갈등 노출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 후보와 가까운 권성동 의원은 “당 대표께서 정권 교체를 위해 당무에 복귀하고, 선거운동에 매진하는 방향으로 정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면담한 김기현 원내대표는 “어찌 되든 정권교체 위한 노력을 끝까지 해야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잘해서 이기자는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윤 후보가 이 대표와 가까운 권영세 전 의원을 선대본부장으로 영입한 만큼, 양측의 관계가 최악의 상태는 벗어날 가능성도 있다. 전날 “이 대표의 최근 행동이 비상식적”이라며 비판했던 중진 의원들도 이날 계획돼있던 이 대표와의 연석회의를 취소했다. 정진석 의원은 “오늘은 모든 시선이 윤 후보에게 모인 날”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6일 오전 소집된 의원총회에서도 이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목소리들이 분출될 전망인 만큼, 갈등이 쉽게 진화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을 향한 퇴진론에 대해 기자들에게 “일부 의원들이 마치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해당행위에 가까울 것”이라고 받아쳤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